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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시가 있는 하루

다리/이성선

시낭송행복플러스 2019. 3. 22. 00:05



[문태준의 오늘은 詩] 

 -이성선 시 ‘다리’에서 


•문태준 시인·불교방송 PD
•승인 2019.03.08 17:53


       
다리를 건너는 한 사람이 보이네
가다가 서서 잠시 먼 산을 보고
가다가 쉬며 또 그러네

얼마 후 또 한 사람이 다리를 건너네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 어느새 자취도 없고
그가 지나고 난 다리만 혼자서 허전하게 남아 있네

다리를 빨리 지나가는 사람은 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이네

-이성선 시 ‘다리’에서



다리를 건너가는 한 행인을 조금은 떨어진 거리에서 시인은 지켜본다.

다리에는 순차적으로 두 명의 행인이 지나간다.
한 사람은 다리를 건너다 말고 멀리 산을 내다보고, 숨을 고르며 마음을 고요하게 한다. 다른 한 사람은
뭔가를 재촉하듯 황망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무심하게 다리를 건너간다. 한 사람은 인연을 맺듯 다리를 만나고
또 다리와 헤어지고, 다른 한 사람은 세계와 맺어지는 관계에 뜻이 없고 다리와 미련 없이 헤어진다.
타자를 만나는 방식이 사람마다 다 다를 텐데, 내가 혹여 다리를 외롭게 하는 사람이 아닐지 가만히 돌아본다.
외로운 누군가가 나를 의지하게끔 곁을 두며 살아야겠다. 


[불교신문3469호/2019년3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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