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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시가 있는 하루

종점/최문자

시낭송행복플러스 2019. 4. 9. 15:30



최문자의 종점감상 / 이영광

 

 

종점

 

   최문자

 

 

사랑 없이도 고요할 줄 안다

우리는 끝없이 고요를 사랑처럼 나눴다

우리가 키우던 새들까지 고요했다

우리에게 긴 고요가 있다면

우리 속에 넘쳐나는 소음을 대기시켜 놓고

하루하루를 소음이 고요 되게

언제나 소음의 가뭄이면서

언제나 소음에 젖지 않으려고

고요에 우리의 붓을 말렸다

 

서로 아무렇지 않은 나이가 되어서야

말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든 간에

시끄러운 가을 벌레들처럼

우리는 아주 오래 뜨거웠던 활화산을 꺼내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

 

   고요는 침묵일 것이다. 아마 서로 강요하고 눈감아준 것이었겠지. 그런데 침묵은 사랑을 무마한다. 그때 사랑은 소음이란 뜨거운 대화를 통과했어야 했다. 무슨 말이든 해야 했다. 가을이 돼서야 활화산처럼 말문이 터지는 건 늦은 걸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차에게도 사람에게도 아쉽고 부산한 종점 부근이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이영광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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