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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미막혀/한용운 본문
길이막혀
한용운
당신의 얼굴은 달도 아니언만
산 넘고 물 넘어 나의 마음을 바춥니다.
나의 손길은 왜 그리 짧아서
눈앞에 보이는 당신의 가슴은 못 만지나요.
당신이 오기로 못 올 것이 무엇이며
내가 가기로 못 갈 것이 없지마는
산에는 사다리가 없고
물에는 배가 없어.요
뉘라서 사다리를 떼고 배를 깨뜨렸습니까.
나는 보석으로 사다리를 놓고 진주로 배 모아요.
오시려도 길이 막혀서 못 오시는 당신이 기루어요.
한용운/1879-1944 충남홍성 1911년 이회광 일파의 친일매불 책동 격파, 임제종 종무원 관장으로 불교자주화운동 주도, 1913~1914년 조선불교유신론과 불교대전 간행, 1919년 3・1운동 민족대표, 1922~23년 민립대학기성회 중앙집행위원, 1923년 조선불교청년회 회장, 1927년 신간회 경성지회장, 1930년 만당 당수, 1931년 『불교』 속간, 이후 창씨개명과 조선인학병출정 반대운동.
3·1운동 때의 민족 대표 33인 가운데 한 사람이고, ‘신간회’ 중앙 집행 위원을 지낸 독립 운동가이자, 아스라한 형이상학적 높이를 실현하며 한국 현대 시사의 거봉으로 우뚝 솟아 있는 민족 시인 만해 한용운. 한용운의 『님의 침묵』은 한 일간지의 “20세기에 발표된 한국의 예술 작품 중에서 고전이 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라는 설문 조사에서 단연 첫 번째로 “21세기에도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 문화사적 의미가 큰 작품”에 뽑힌다. 『님의 침묵』은 “시문학 사상 가장 넓고 높으며 깊은 인간성을 표현한 절실한 시”라는 호평 속에 한국인의 정서의 정화(精華)를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미 『님의 침묵』은 고전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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