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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검은 봄/이영광 본문
검은 봄
이영광
나는 칼이요 분열이요 전쟁이다
사랑과 통합과 연대의
적이다
나는 찌르고 파괴하고 흩날린다
나는 가장 작고 가장 크며
가장 보이지 않는다
변함없이 따사롭다
피 흘리는 가슴이요 찢어지는 아픔이며
나를 모르는 격투다
나는 가르고 나누고 뜯는다
숨 막히는 사이와
절벽 같은 거리를 짓고
상처와 이별을 생성하며
가장 잘 보이지 않는다
나는 처음처럼 나타난다
나는 병이고 약이며 고통이다
자연이요 문명이요 생명이다
나는 죽이고 살리고 허물며
세운다 규범 없는 세계를,
세계 없는 규범을 세우고,
허물고 살리며 죽인다
나는 폐허이고 천국이다
나는 지옥이며 평화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또한 코로나의 이름으로,
나는 따사로운 저주이다
이름 없는 모든 것으로
이름 아닌 모든 것으로
⸻시 전문 계간 《발견》 2020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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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 / 1965년 의성 출생. 1998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 『그늘과 사귀다』 『나무는 간다』 『아픈 천국』 『끝없는 사람』 『해를 오래 바라보았다』 『깨끗하게 더러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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