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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오막살이 집 한 채/ 장석남 본문
오막살이 집 한 채
장석남
나의 가슴이 요정도로만 떨려서는 아무것도 흔들 수 없
지만 저렇게 멀리 있는, 저녁빛 받는 연(蓮) 잎이라든가 어
둠에 박혀오는 별이라든가 하는 건 떨게 할 수 있으니 내려
가는 물소리를 붙잡고서 같이 집이나 한채 짓자고 앉아 있
는 밤입니다 떨림 속에 집이 한 채 앉으면 시라고 해야 할
지 사원이라 해야 할지 꽃이라 해야 할지 아님 당신이라 해
야 할지 여전히 앉아 있을 뿐입니다
나의 가슴이 이렇게 떨리지만 떨게 할 수 있는 것은 멀고
멀군요 이 떨림이 멈추기 전에 그 속에 집을 한 채 앉히는
일이 내 평생의 일인 줄 누가 알까요
ㅡ 시집 『뺨에 서쪽을 빛내다』 , (창비, 2010)
장석남 시인/ 1965년 인천 덕적에서 출생하여 인하대 대학원에서 공부한 후 현재 한양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맨발로 걷기'가 당선되어 등단하였으며 1991년 첫 시집 '새떼들에게로의 망명'으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였고 1995년에 두 번째 시집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1998년에 세 번째 시집 '젖은 눈'을 내놓았다. 1999년 '마당에 배를 매다'로 현대문학상을 수상하였고 2001년에 네 번째 시집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2005년에 다섯 번째 시집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를 내놓았다. 그 외에도 '물의 정거장'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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