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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낭송 추천시

사람들은 왜 모를까/김용택

시낭송행복플러스 2021. 2. 22. 07:17

사람들은 왜 모를까

 

김용택

 

 

 

이별은 손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는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 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데서 피지 않는 꽃이 어디있으랴

슬픔은 손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김용택/1948년 8월 26일 . 전북임실. 시 〈섬진강〉연작으로 유명하여 일명 '섬진강 시인'으로 불린다. 1969년 순창농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듬해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 2008년 8월까지 교직에 있었다. 교직 기간에 자신의 모교인 임실 운암초등학교 마암분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시를 썼다. 1982년 〈창작과 비평 21 신인작가상-꺼지지 않는 횃불〉에 〈섬진강 1〉 외 8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김용택은 모더니즘이나 민중문학 등의 문학적 흐름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깨끗하고 아름다운 시로 독자들을 감동시킨다.

또한 대상일 뿐인 자연을 삶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여 절제된 언어로 형상화하는 데 탁월하여 김소월과 백석을 잇는 시인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의 글에는 언제나 아이들과 자연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묘사하며, 그들이 자연을 보는 시선과 교감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그는 한편으로 한국 농촌의 황폐함에 주목하여 황량한 농촌마을, 피폐해진 땅을 갈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픔과 쓸쓸한 고향의 모습을 전한다.

시집으로 〈섬진강〉·〈맑은 날〉·〈사람들은 왜 모를까〉·〈누이야 날이 저문다〉·〈그리운 꽃편지〉·〈강 같은 세월〉·〈그 여자네 집〉·〈그대, 거침없는 사랑〉·〈그래서 당신〉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작은 마을〉·〈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섬진강 이야기〉·〈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인생〉 등이 있다. 또한 장편동화〈옥이야 진메야〉, 성장소설〈정님이〉, 동시집〈콩, 너는 죽었다〉·〈내 똥 내 밥〉, 동시 엮음집 〈학교야, 공 차자〉, 시 엮음집 〈시가 내게로 왔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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