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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푸르기스의 밤 (외 2편) /오 늘 본문
발푸르기스의 밤 (외 2편)
오 늘
빨강을 묻는 나를 위해 춤을 추는 너
허벅지가 맑아서 순서도 없이 색깔들이 피어올라
네 춤에는 툭 치면 넘칠 것 같은 물잔이 있어
입술이 번졌구나, 붉은 뺨을 가지기 위해서는 울음의 공기를 조금 빼야 하지
우리의 흰 머리카락은 괜찮은 하루들이었고 빨강을 감춘 건 너였을까 이제 이것은 농담이야
네가 사라졌다 내 농담이 그렇게 싫었나
달이 차오르지 않아서 모르겠네
빨강을 못 본다고 해서 세이렌의 노랫소리가 선명하지 않은 건 아니었는데 돌아서서 너의 손목을 묻는 흐릿한 사람들
네가 없는 나는 얼룩이 되는구나
너를 빨강해, 중요한 말일수록 몸속 가장 단단한 뼈에 박혀 꺼내기 힘들다는데 너는 살짝만 무릎을 굽혀도 보이는 계절
잿빛 동맥을 쥐고 와장창 웃는 푸른 꽃들 나를 위해 빨강을 췄구나
네 발등에 입을 맞추고 모닥불을 피워놓을게
가자 우리의 숲으로
네 푸른 피는 나무를 타고 오르는 선명한 리듬 완벽히 이해된 빨강이야 네 손가락이 바싹 마른 내 명치를 콕,
펑펑 쏟아지는 빨강
⸺⸺⸺⸺⸺
*발푸르기스의 밤 : 마녀가 춤을 추는 4월 마지막 날의 밤.
스너글러
장미가 멈춘 북쪽은 신들의 방향
칼새는 사몽 속으로 날아오르면 일 년 동안 땅을 밟지 않고 비몽의 사람들을 찾아다닌다
생의 바깥을 서성이는 너를 만나러
네 방향으로 간다
당신의 눈동자에서 흘러내린 불안이 질퍽거리는 어둠을 비집고 먼저 와 기댄다 뒤꿈치가 까지는 신발을 겨우 버렸다는 말을 건넨다 첫인사로 이보다 멋진 말이 어디에 있을까
우리가 가는 곳은 북쪽
거친 당신의 발에 열두 시간 비가 내리면 가시가 순해지는 방향에서 블러드문이 뜨고 거기, 장미가 시든 곳에서 잠든 나의 새
밤이 오지 않아 바람길만 넓어질 때 잠들기 전 팔의 높이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지만 당신의 보랏빛 눈두덩이 위태로워 바람도 침을 묻혀가며 천천히 당신을 센다
팔을 조금 내려도 되겠습니까
불면의 바닥으로 흩어지는 것들을 토닥이며 당신이 묻는다 하현달이 더 아름다운 이유가 생겨났나요
아니에요 저건 그냥 달
테베레강 하류에 고여 지금은 우리가 닫힐 차례
스무여드레 스무아흐레 다음은 그믐 꼭 끌어안은 우리
눅눅하게 들켜지는 그믐들
⸺⸺⸺⸺⸺
*스너글러 : 포옹만 해주는 직업.
사과를 껍질째
꽃을 폭식하는 밤
눈빛은 아래에서 위로
시간은 우리를 아끼지 않고
다짐을 지나 다시, 꽃이 된다
너는 꽃무늬를 사랑하는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고
나는
사랑받는 나를 사랑한다
무늬를 들킬 때마다 그늘이 핀다
구분 없이 번지는 그늘꽃
은빛 접시에 담은 가지런한 사과를 좋아하는 나를 사랑한다고
너는 말한다
나는 은빛 접시에 담은 가지런한 사과를 좋아하는 거였다
너 때문에 알게 되는 가지런한 나
비대해지는 꽃의 웃음
알아, 몰라야 한다는 거
구부러진 가지를 당긴건 방향이 아니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나아갈 뿐
꽃무늬가 번진 내가
부끄러워
네 말의 끝을 심장에 대면
창백해지는 꽃과 뚝 뚝 떨어지는
미치게 빨간 사과
처음
사과를 의심한 것은
꽃이 아닌 너일까
꽃이 되려는 나일까
꽃 즈음의 내가 축축하다
꽃을 물고
나를 묻고
은빛 접시를 깨고
꽃을 키우는 너를 벗고
사과를 껍질째
와삭!
⸺시집 『빨강해』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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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 1970년 서울 출생. 2006년 계간 《서시》로 등단. 시집 『나비야, 나야』 『빨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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