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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가라앉는 섬(외 1편)/ 신새벽 본문
가라앉는 섬(외 1편)
신새벽
“이 처방전을 들고 절대 약국을 지나치지 마시오“
의사는 내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명령하듯 말한다
미열처럼 권태로운 일상
테두리 부서지는 감정선들
은유의 사막화로 칭얼거리는 나에게 건네준 처방전
거대한 어항을 닮은 바다가 창문 넘어 일렁이고
중력이 비껴간 불가사리들이 하늘을 나는 약국
모든 은유가 진열된 그곳엔
초조와 불안을 잠재울 약들이 가득하다고
치자꽃 향기 나는 네루다*파스를 가슴에 붙이면
가라앉으려던 정서의 섬이 조금은 떠오를 거라고
동백꽃 문장들로 만든 환丸은
길고 긴 글자를 가지게 될 것이라는 처방
모호한 형체를 한 섬들이 떠다니는 진료실
호흡은 비상등처럼 깜박이고
검은 글씨로 빼곡한 처방전이 파르르
의사뒤편, 흐릿한 거울에 내 반쪽 얼굴이 비추고 있다
*칠레 시인
파랑 아카이브
클랭*의 파랑을 표절한 바다, 울트라마린
이제 막 노을이 엎어진 갯벌에
모노크롬 터치들이 시작되고 있다
머뭇거림 없이 잡아채야 하는 속도전
파랑만 건져 올려 고요와 함께 봉합해
어둠의 서랍 속으로 밀어놓는다
붉은 얼굴이 반쯤 남았던 해는 빠르게 문을 닫아걸었다
해안선 철조망은 낯선 발자국을 경계하고
하얀 어깨를 처박은 폐선이 낡은 시간을 부비고 있다
해당화는 서걱서걱 모래를 씹고
난 아직도 파랑이 아쉬워 허기를 느낀다
누군가 흘리고 간 우울을
혹여 새의 깃털에 남아 있을지도 모를
불현듯 맨발로 걸어야 한다는 몸의 신호
상형문자 그려진 갯벌을 탐색하듯 걷는다
시나브로 어둠을 깨며
파랑을 채집하고 인화한다
스크랩하며 겹겹이 쌓아놓는 일, 에뛰뜨** 블루
파랑의 혈통을 가질 수 있다면 내 혈관은 파랑으로 채워지겠지
* 이브 클랭 : 프랑스 화가(IKB 자신이 만든 파랑).
** 공부라는 뜻의 프랑스어.
—시집 『파랑 아카이브』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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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새벽 / 경북 의성 출생. 2017년 《월간문학》 신인상 시 등단. 현재 《미네르바》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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