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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인 눈물 (외 2편) 본문
생물학적인 눈물 (외 2편)
이재훈
바람은 바닷물을 뒤집고
바닷물을 따라 물고기들이 솟구친다.
햇빛에 몸을 기울이는 수중식물이
바닷물끼리 부딪히는 협곡에 숨어
줄기에 공기를 불어넣는다.
몰락의 길에는 비상구가 없다.
오랜 사랑이 없고 도륙과 생존만이
물속의 시간을 지배한다.
맑은 하늘 아래 아이가 뛰어놀고
씨앗들이 바람을 따라 잉태하는 땅.
순수한 길을 걸었다는 어떤 시인의
추악한 옷가슴을 보았을 때
원시의 바다를 생각한다.
오직 생존만이 도덕인 바다의 꿈틀거림.
미래를 점칠 수 없는 계절이 계속되고
가장 알량한 회개가 마음을 헤집는다.
수면 위로 솟구쳐올라 바위에 온몸을 부딪치는
눈물벼락.
남몰래 땅속을 흐르는 물주머니가
천둥처럼 얼굴에 달라붙는다.
넙치
이른 비가 하늘을 덮는다.
바닥에 납작 엎드린다.
물의 더미에 몸을 맡긴다.
세상 풍조가 살결에 새겨진다.
퍼덕이며 헤엄쳐본다.
수면 바깥의 풍경을 상상한다.
포유류와 호모사피엔스의 세계.
아가미 잃은 어미가 수면에 떠 있다.
하늘에 속한 사람은 누구일까.
모든 배후에 바람이 있다.
만져야 하고 맡아야 하는 바람이
물속까지 숨을 불어넣는다.
유신론의 시대가 오고 있다.
결핍의 왕
당신을 떠나는 것이 기쁨인지 슬픔인지 모르는 때.
손목 깊숙이 칼날이 헤집고 들어온 날.
온몸이 뜨거워지다가 갑자기 허기가 몰려왔다.
창밖엔 횃불이 지나간다.
죽어야 산다.
사라져야 기억한다.
좌절의 통로로 세포가 잠긴다.
낸 몸엔 벌써 병이 찾아왔다.
바람은 나무를 돌보고
나무는 새를 돌본다.
몸에서 풍기는 불확실한 냄새.
혼자 밥을 먹는다.
숟가락이 밥그릇에 부딪히는 신비의 소리.
오래 생각하면 평안이 온다.
나무보다 성스러운 존재는 없겠지.
두려움이 전쟁을 만든다.
광야에 버려진 염소를 기억한다.
사랑을 지닌 정념의 몸.
언어를 가진 천형의 몸.
당신의 발자국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시집 『생물학적인 눈물』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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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 1972년 강원 영월 출생. 1998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내 최초의 말이 사는 부족에 관한 보고서』 『명왕성 되다』 『벌레 신화』 『생물학적인 눈물』, 시론집 『현대시와 허무의식』 『딜레마의 시학』 『부재의 수사학』, 대담집 『나는 시인이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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