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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세상의 모든 시/ 곽재구

시낭송행복플러스 2021. 12. 17. 08:20

세상의 모든 시

곽재구

 


나는 강물을 모른다
버드나무도 모른다

내가 모르는 둘이 만나
강물은 버드나무의 손목을 잡아주고
버드나무는 강물의 이마를 쓸어준다

나는 시를 모른다
시도 나를 모른다

은하수 속으로 날아가는 별 하나
시가 내 손을 따뜻이 잡는다

어릴 적 아기 목동이었을 때
소 먹일 꼴을 베다
낫으로 새끼손톱 베었지
새끼손톱 두쪽으로 갈라진 채 어른이 되었지

시가 내 새끼손톱 만지작거리며
괜찮아 봉숭아 물들여 줄게 한다

나는 내 시가 강물이었으면 한다
흐르는 원고지 위에 시를 쓰다
저녁의 항구에서 모여드는 세상의 모든 시를 읽을 것이다

 

⸺ 시집 『꽃으로 엮은 방패』(2021. 2) / 계간 《문파》 2021 겨울호 재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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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구 / 1954년 광주 출생.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사평역에서』 『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 『꽃으로 엮은 방패』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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