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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미워지는 밤(외 2편)/이미산 본문
미워지는 밤(외 2편)
이미산
잠들기 전 꺼내보는 얼굴 하나
여긴 종일 비가 왔어요 당신도 비를 맞았나요
어두워지면 불러보죠 그곳에 어울리는 표정으로
보이는 삶과 보이지 않는 생의 매듭이 된 당신
미소로 시작된 우리의 처음이 있었고
미소로 주고받은 뜨거운 질문이 있었고
질문의 동굴에서 실패를 걸어놓고 사랑이라는 게임을 하며
수없이 들락거렸죠 물방울 뚝뚝 떨어졌죠 나는 어제 내린 빗물이라 하고 당신은 아담과 이브의 눈물이라 하고
언제나 동굴의 자세로 당신은 나를 안아주었죠
그리하여 우리는 각자의 동굴 이후라는 그리움
이제는 혼자 걷고 있죠 우리의 비 수억 년 떨어지는 그 물방울
한때 미치도록 궁금했던 모든 당신 자꾸만 희미해지는
이런 내가 미워지고 있죠
흐르는 혀
말의 샤워를 퍼붓는 혀가 있다
통속을 깨트리는 혀의 불친절이 있다
날마다 자라는
조밀한 돌기들
합창하며 말의 등을 훑고 지나갈 때
일억 오천만 킬로미터를 달려오는 햇빛이 있다 팔 분 십팔 초 동안 내리꽂히는 간지러움이 있다
몸속으로 자라는 혀가 있다
태양과 지구 사이를 가로지르는 고백이 있다 아득한 방식으로 오르내리는 예감이 있다
얼마나 먼 곳까지 닿는 혀인지
태초를 초대하고 착란을 도모하는 메아리인지
익명으로 파견된 태양의 애첩인지
햇빛을 동강내며 찡그리는 눈썹인지
놀이공원에 남겨진 아우성처럼
안부와 무관하게 태어나는 소리인지 울퉁불퉁 피어나는 멍꽃인지
혀로 출렁이는 바다
천년만년 캄캄한 혀의 발바닥
혀가 혀를 감아올리며
흘러가는 날들
가끔은 로맨틱
진열장에 쌓인 선물 같아
기다림은 누군가의 기분에 편승하는 것
자발적 치욕이라며
혈관을 찢어 피를 내보낸다 주저앉는 연습을 한다
그러나 지구의 반대편 같은 머리 위
생기발랄한 웅성거림
가끔은 로맨틱한 음악이 들리고
설레는 숨소리 하나 빠져나가면
뜨거운 오븐 속
숙성을 기다리는 빵이 되어
뒤척임은
사랑스런 효모의 장난이라 부르자
구석의 침 흘리는 그림자들 죽지 않을 만큼의
기다림만이 향기가 될 수 있지
서둘러 익고 싶다면
내일이라는 상상을 남겨두자
밀려오는 고요 파고드는 어둠의 악력
귀를 세워 채워가는 희미한 숨소리들
납골당의 해바라기들
시들고 싶은 조화들
—시집 『궁금했던 모든 당신』 202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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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산 / 경북 문경 출생.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6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아홉시 뉴스가 있는 풍경』 『저기, 분홍』 『궁금했던 모든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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