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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다정한 기분을 만났다/장정욱 본문
다정한 기분을 만났다
장정욱 이름도 잊어버리고 약봉지도 놓쳤다 교회 종소리는 12월보다 길었다 저 아늑한 곳의 기도는 내일도 죽지 않는 것일까 예배당 창이 반짝거렸다 나를 잃어버린다면 어디쯤이 좋을까 슬픔에 둔한 플라타너스 뒤라면 물 위에 떠다니는 버들잎 곁이라면 물소리를 세며 나를 불렀지만 나는 세계를 잊었다 기도에선 흙냄새가 났다 기도가 바람에 섞여 사라질 때까지 기억은 자주 뒤척였다 헌 그리움을 보내는 일 물결의 뒷모습으로 살겠다고 다짐하는 일 기도문은 입김 안에서 자꾸 빠져나가려 했다 아이들은 얼음 십자가 위에 올라가 신발로 깨며 놀고 있다 웃음과 울음이 섞인다 남들은 웃는 거냐 우는 거냐 묻지만 오래전부터 같은 감정이라 생각했다 귀가 잘려나간 듯 밤은 조용한 눈발로 날린다 주머니 속 사탕 봉지 소리만 남았다 얼음 풍경을 베고 쓰디쓴 눈송이를 한입에 털어 넣으면 나는 다시 깊어졌다 —계간 《시인수첩》 2022년 여름호 ------------------- 장정욱 / 1964년 인천 출생. 2015년 《시로 여는 세상》으로 등단. 시집 『여름 달력엔 종종 눈이 내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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