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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눈엽嫩葉/구재기 본문
눈엽嫩葉
구재기
물은 흐름을 멈추지 않는다
골짜기 작은 물도
바다에 이르는 큰물도 모두 흐른다
삽 한 자루가 길을 돌려놓아도
위에서 아래로
타고난 흐름을 멈추지 않는다
우듬지의 끝
온기를 가득 품은 바람이 흐른다
된서리에 시달리던 하늘이
검은 구름을 벗기 시작하고
가느스름 열리는 눈길이 탁 트여
눈물지을 만큼 자꾸만 슬퍼져 간다
생각하면 모두가
일어서고 사라져온 것들
매 순간 거듭하면서 흐르고
까마득하다 보면 다시 보이는 것들
나라거나 내 것이라거나 젖어 들다가
할 수 있는 데까지 마구 부추겨지는데
큰 나무 땅속뿌리에도
물 흐름은 여전하고 있는가
완전히 소멸된 경지가
열반에 들어서야 이루어가듯
바야흐로 지상에는, 함초롬히
두 눈 크게 뜨는 눈엽의 세상
—계간 《시사사》 2022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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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재기/ 1950년 충남 서천 출생. 1978년 《현대시학》추천 등단. 시집『편안한 흔들림』『추가 서면 시계도 선다』『공존共存』등 십여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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