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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도시로 간 낙타 / 최태랑 본문
[2019 아르코 문학나눔 우수도서 선정]
[제5회 의제헌 김명배문학상 작품상 수상]
[감성시낭송] 도시로 간 낙타/ 최태랑, 시낭송/ 이서윤
도시로 간 낙타
최태랑
적막한 모래땅을 택해
태양에 도전장을 내민 위대한 종족
대적할 뿔이나 사나운 이빨 휘날리는 갈기도 없이
사막에서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은
꿇을 줄 아는 무릎을 가졌기 때문이다
낙타가 사막을 떠나지 못하는 것은 어린 영혼 때문이다
주인 무덤에 제 어린것을 순장한 모래땅
웅크리면 어둠이 되는 적막이 그의 집이다
모래사막을 헤쳐갈 두 가닥 발가락
덮개를 쓴 벌렁거리는 코
폭풍을 거슬러 볼 수 있는 두 겹의 속눈썹
목마름을 재우는 두 개의 혹을 단 그는
바람이 쓸고 간 무늬 위를 텀벙텀벙 노 젓듯 걸어간다
전생부터 생의 터울을 알아차렸다면
그는 진즉 사막을 버리고 초원을 향해 달려갔을 것이다
마두금 소리를 따라온 그는
빌려준 뿔 아직 돌려받지 못하고 지하 방을 전전하고 있다
오늘도 경로석에 웅크려 졸고 있는 어리석고 슬픈 즘생
전동차 문이 열리자
서투른 걸음걸이로 바람 드센 미세먼지 속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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