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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석정 본문

[명시산책]/이서윤 시낭송모음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석정

시낭송행복플러스 2022. 8. 18. 11:45

[한국현대대표시]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시 신석정, 시낭송/이서윤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석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 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내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히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소리 구슬피 들려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 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내리면,

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그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ㅡ촛불》(1939)

 

신석정/(1907-1974) 전북 부안출생. 1940년대를 대표하는 한국 문학가, 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상경하여 중앙불교전문강원의 박한영 스님 문하에서 약 1년간 불전을 연구했다. 1931년부터 시문학동인으로 참여하여 선물」「그 꿈을 깨우면 어떻게 할까요등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본격화했다. 이후 맑은 시정과 음악적 리듬감이 살아 있는 목가적 서정시편으로 독창적인 시세계를 이루었다. 해방 이후 시작과 후진 양성에 전념하다 타계했다. 시집으로 촛불』『슬픈 목가』『빙하』『산의 서곡』『대바람 소리등과 시선집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등이 있다. 한국문학상, 한국예술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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