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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신년시 모음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주제별 좋은시

신년시 모음

시낭송행복플러스 2014. 4. 6. 22:03

 

 
 
신년시/ 조병화
 
흰 구름 뜨고
바람 부는
맑은 겨울 찬 하늘
그 무한을 우러러보며
서 있는
대지의 나무들처럼

오는 새해는
너와 나, 우리에게
그렇게 꿈으로 가득하여라

한 해가 가고
한 해가 오는
영원한 일월의 영원한
이 회전 속에서

너와 나, 우리는
약속된 여로를 동행하는
유한한 생명
오는 새해는
너와 나, 우리에게
그렇게 사랑으로 더욱더
가까이 이어져라
 
 
새해, 너를 맞는다/고은

가야 할 처음이 왔다 새해가 왔다
인내의 끝
예감의 시작으로
묵은 한라에 올라 너를 맞는다
숭고하거라
온 비겁
온 천박 토해버리고
단한번 숭고하거라

이 한반도 어디로 가느냐
목 없는 형천(刑天)에게
다 맡겨버리겠느냐
다 파헤쳐지겠느냐
다 꿀꺽 삼켜지고 말겠느냐

아니다 그간 쓰레기 널린 거리를 왔다
홑옷으로 우는 골목을 왔다
포효하는 열길 벼랑 파도 끝자락으로
저 죽어가는 개펄 달빛 쓰라린 신음으로 왔다
아니다
갈라져 주린 오장육부로 왔다

새해
너를 맞는다
흉금의 안쪽
지리 노고단 올라 너를 맞는다
장엄하거라
온 배척과 인색 내던지고 장엄하거라
그간 무엇을 하였더냐
무엇으로
숨찬 세상 한 모퉁이 여기를
마른 풀밭으로 남겼더냐
그런 것을 묻지 않거늘
이로부터
무엇을 할 수 있느냐
이리 내달려온 꿈 뚜렷이 있을진대
무엇으로 살겠느냐
컹컹 짖어 못 박아 묻는
새해 처음이 왔다
보라 막 솟아올라
뚝뚝 물 떧는 햇덩이 앞
내가 맨몸으로 멈춰서서
부르르 부르르 떨며
너를 맞는다
말 다음
뜻 다음으로
설악 소청에서 중청에서 대청에서
너를 맞는다
제발 덕분
지지리 못난 패거리 우둔 물리쳐 수려하거라
지금 설악 동쪽 푸른 바다
지금 저 서편 바다
고군산 밑 칠산바다 다 썩는다
오대 적멸보궁
치악 황장목
계룡 골짝
감악 안개 다 한 맺혀 천둥 밴다
이와 함께 한반도 각처의 넋들 망한다

밤 붉은 네온
붉은 십자
대낮 미친 형광 광고 아래
어느 넋도 얼도 기괴하지 않을 수 없다
온전할 수 없다
멍멍 멍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새해가 왔다
너를 맞는다
삼가 만년 장래에 피어날 백발 같은 존엄으로
백두 장군봉 올라 너를 맞는다
극히 신령하거라
지금 신령치 못하다면
언제까지나
너 노비이리라
너 거지이리라
너 도적이리라
너 고자 노릇 속여대리라
눈알 빠진 해골 웃음이더냐
그 허망한 히히 웃음이더냐
너의 말 그 누구도 알아들을 수 없으리라
새해가 왔다

이 한반도의 남과 북
오래 지친 꿈 속여서 너를 맞는다
확연한 바
다 내놓아야
어깨 걷고 찾아오리라
다 버려야
무릎 펴 채워지리니
새해가 왔다 새해가 와 너를 맞는다
온 누리 일곱 빛깔 활짝 펴
한 해 벽두 입 다물고
너를 맞는다
 
 
 
연하장/ 김남조
 
설날 첫 햇살에 펴 보세요
잊음으로 흐르는 강물에서
옥돌 하나 정 하나 골똘히 길어내는
이런 마음씨로 봐 주세요
연하장
먹으로 써도 彩色으로 무늬 놓는 편지
제일 사랑하는 한 사람에겐 글씨는 없이
목례만 드린다.
 
 
왜냐면, 해가 뜨고 있었다/ 김정환

바다는
뒤숭숭한 소문 같았다
파도는 불분명한
아우성으로 얼어붙고 있었다
산은 짐승처럼 웅크리고 있었다
어둠은 빈 집에 닿으며
냉혹의 몸을 입고
제혼자 부르르 떨고,이야기는
해체되고 있었다.
과거의 영광은 늘 상처받지
상처는 늘 빛나고
그래서 빛남은 아프다.
그러나 사람들이 모이고 이제 모든 것이 달라진다
왜냐면,
해가 뜨고 있었다
상처가 눈물의 살을 섞고
시간은 마래를 향해 아름답고
미래는 아름다움의 나이를 먹는다
쓰라,구체는 추상의 희망
추상은 구체의 기념비
개인이 수십만 군중의
전망을 품는
감동적인 민주주의
쓰라,숫자의 무덤에서 전망의 역사로
쓰라,전쟁의 상처에서 평화의 사회구성체로
왜냐면,
해가 뜨고 있었다
남과 북 7천만의 미소를 한데 뭉친
뜨거운 해가
 

설날 아침에/ 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새해 인사/ 김현승

오늘은
오늘에만 서 있지 말고
오늘은
내일과 또 오늘 사이를 발굴러라

건너 뛰듯
건너 뛰듯
오늘과 또 내일 사이를 뛰어라
새옷 입고
아니, 헌옷이라도 빨아 입고
널뛰듯
널뛰듯
이쪽과 저쪽
오늘과 내일의 리듬 사이를
발 굴러라 발 굴러라
춤 추어라 춤 추어라
 

덕담/ 도종환

지난해 첫날 아침에 우리는
희망과 배반에 대해 말했습니다.
설레임에 대해서만 말해야 하는데
두려움에 대해서도 말했습니다.
산맥을 딛고 오르는 뜨겁고 뭉클한
햇덩이 같은 것에 대해서만
생각하지 않고
울음처럼 질펀하게 땅을 적시는
산동네에 내리는 눈에 대해서도
생각했습니다.
오래 만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과
느티나무에 쌓이는
아침 까치소리 들었지만
골목길 둔탁하게 밟고 지나가는
불안한 소리에 대해서도
똑같이 귀기울여야 했습니다.
새해 첫날 아침
우리는 잠시 많은 것을 덮어두고
푸근하고 편안한 말씀만을
나누어야 하는데
아직은 걱정스런 말들을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올해도 새해 첫날 아침
절망과 용기에 대해 이야기하였습니다.
 

새해 첫 기적/ 반칠환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 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새해의 노래/ 성찬경
 
빛과 생명의 근원이신 천주님
새해에도 온 누리의 마음속에
평화를 내려주옵소서
아아, 전능하신 천주님
새해에는 우리 겨레의 숙원인
남북통일의 길이
훤히 트이도록 해 주옵소서
이 넓은 하늘과 땅 사이
천주님의 뜻이라면 안될 일이 없사옵니다.

새해에도
천주님의 신비의 깊이를
한두 치쯤 더 터득할 수 있게 해주시고
천주님을 기리는
들꽃처럼 싱싱하고 화사한 말이
제게 떠오르게 해주옵소서.
새해에는 하늘의 불로
제 마음속에 우글거리는
지옥의 짐승들을 불태워주옵소서.
응달에서 몰래 노는 오관의 쾌락에는
계속 무서운 함정을 마련해 주시고
골수에 밴 제 게으름은
그 뿌리를 뽑을 수 있게 해 주옵소서.
그리해서 다식 박아내듯 하는
저의 고해의 한두 조항을 줄이려는
제 의지에 하늘의 침을 놓아주소서.

지존하시면서도
<면형>에 내려오시까지 몸을 굽히신
겸손하신 천주님.
저도 천주님처럼
겸손하고 가난한 마음이 되게 해주옵소서.
저는 이제까지
제 피와 살과 영혼에 천주님을 모시면서도
천주님 욕되게 하길
떡 먹듯 해왔사옵니다.
새해에는 오직 저만위한
제 마음의 창을 넓혀주사
제 이웃이 내다보이게 해 주옵소서.

새해에는
뭍을 가든 바다를 건너게 되든
그것이 다 천주님의 뜻이게 해주옵소서.
저의 말과 행위가
조금이라도 천주님의 기쁨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아아, 무한히 인자하신 천주님
새해에도 딱한 저의 영혼과 육신을 불쌍히 여기시어
자나 깨나 제가 천주님께서 멀어지는 일이 없도록
은총을 내려 주옵소서.
그리해서 제가
천주님의 영광 속에서 기뻐 노니는
한 티끌일 수 있게 하옵소서.
 

정월의 노래/ 신경림
 
눈에 덮여도
풀들은 싹트고
얼음에 깔려서도
벌레들은 숨쉰다
바람에 날리면서
아이들은 뛰놀고
진눈깨비에 눈 못 떠도
새들은 지저귄다
살얼음 속에서도
젊은이들은 사랑하고
손을 잡으면
숨결은 뜨겁다
눈에 덮여도
먼동은 터오고
바람이 맵찰수록
더 뜨겁다
 
 
시간을 선물합니다/ 신달자
 
막 낳은 달걀같은 알의 시간
새해라는 따뜻한 이름을 선물합니다

사람이 아닌 신의 이름으로
축복의 햇살이 널리 퍼지는
금물결 일렁이는
새해라는 시간을 선물합니다.
높은 사람이나 낮은사람이나
잘난사람이나 못난사람에게도
고루고루 주어지는 신의 선물
당신에게 새해의 시간을 선물합니다

그 시간 안에는 우주가 넘실거리고
그 시간 안에는아침과 밤이 출렁거리고
그 시간안에는 사람과 나무와 꽃이피어납니다
당신이 피어납니다
당신이 피어날때
날마다 당신의 아침은 새해가 되고
날마다 당신의 밤은 시간이 됩니다.
숨결 들리고 노래가 들리고 축가가 울려퍼지고
당신은 드디어
생명의 열매로 충만 합니다
날마다 당신은 충만합니다
당신이여!
진정으로 그런 새해가 되기를!
 

새해 새아침은/ 신동엽
 
새해
새 아침은
산 너머에서도
달력에서도 오지 않았다.
금가루 흩뿌리는
새 아침은
우리들의 대화
우리의 눈빛 속에서
열렸다.
보라
발 밑에 널려진 골짜기
저 높은 억만 개의 산봉우리마다
빛나는
눈부신 태양
새해엔
한반도 허리에서
철조망 지뢰들도
씻겨갔으면,
새해엔
아내랑 꼬마아이들 손 이끌고
나도 그 깊은 우주의 바다에 빠져
달나라나 한 바퀴
돌아와 봤으면,

허나
새해 새 아침은
산에서도 바다에서도
오지 않는다.

금가루 흩뿌리는
새 아침은 우리들의 안창
영원으로 가는 수도자의 눈빛 속에서
구슬짓는다.
 

닭이 울어 해는 뜬다/ 안도현

당신의 어깨 너머 해가 뜬다
우리 맨 처음 입맞출 때의
그 가슴 두근거림으로, 그 떨림으로
당신의 어깨 너머 첫닭이 운다
해가 떠서 닭이 우는 것이 아니다
닭이 울어서 해는 뜨는 것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처음 눈 뜬 두려움 때문에
우리가 울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가 울었기 때문에
세계가 눈을 뜬 것이다
사랑하는 이여
당신하고 나하고는
이 아침에 맨 먼저 일어나
더도 덜도 말고 냉수 한 사발 마시자
저 먼 동해 수평선이 아니라 일출봉이 아니라
냉수 사발 속에 뜨는 해를 보자
첫닭이 우는 소리 앉아서 기다리지 말고
우리가 세상의 끝으로
울음소리 한번 내질러보자
 
 
새해 새날은/ 오세영

새해 새날은
산으로부터 온다
눈송이를 털고
침묵으로 일어나 햇빛 앞에 선 나무
나무는
태양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해 새날은
산으로부터 온다
긴 동면의 부리를 털고
그 완전한 정지 속에서 날개를 펴는 새
새들은 비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새해 새날이 오는 길목에서
아득히 들리는 함성
그것은 빛과 빛이 부딪혀 내는 소리
고요가 만들어 내는 가장 큰 소리
가슴에 얼음장 깨지는 소리
새해 새날은
산으로부터 온다
얼어붙은 계곡에
실낱같은 물이 흐르고
숲은 일제히 빛을 향해
나뭇잎을 곧추세운다
 

기다림/ 이기철
 
겨울이 오면 집들이 증명사진처럼 작아진다
기다림을 견디기엔 길들과 거리들은 너무 노출되어 있다
오늘은 쉬고 내일은 쫓아가자

오늘 만난 하루가 내일보다 먼저 와 있다
오늘은 언제나 내 생애의 처음이다
어디에 가면 당근 주스와 솜이불 같은 편안 있겠느냐
봄이 와도 세상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보내지 않았는데 나무의 초록과 꽃들의 향기가
봉함 편지처럼 겨울에 배달된다
가을은 내 집보다 더 큰 적막 한 채를 내게 맡기고 떠났다
너무 많은 정적은 나를 힘겹게 한다
길들이 냇물을 건너 산까지 닿는 것이 보인다
환히 근심으로 기운 마을들의 안(內)도 들여다보인다

나는 이 고요와 적막을 받들기가 소란보다 힘겹다
봄이 와도 세상은 즐거워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기다리자, 사람들이 못 가꾼 꿈
이 산 저 산 선홍의 꽃들이 활짝 피워 줄 때까지
 
 

신년 기원/ 이성부

시인들이 노래했던
그 어느 아름다운 새해보다도
올해는
움츠린 사람들의 한 해가
더욱 아름답도록 하소서

차지한 자의 영화와
그 모든 빛나는 사람들의 메시지보다도
올해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소망이
더욱 열매 맺도록 하소서

세계의 모든 강력한 사람들보다도
쇠붙이보다도
올해는
바위 틈에 솟는 풀 한 포기,
나목을 흔드는 바람 한 점,
새 한 마리,
억울하게 사라져가는 한 사람,
또 한 사람,
이런 하잘것없는 얼굴들에게
터져 넘치는 힘을 갖추도록 하소서

죽음을 태어남으로,
속박을 해방으로,
단절을 가슴 뜨거운 만남으로
고치도록 하소서
그리하여 모든 우리들의 한 해가 되도록 하소서
역사 속에 그리움 속에
한 점 진하디진한 언어를 찍는
한 해가 되도록 하소서
 
 

소원시/ 이어령

벼랑 끝에서 새해를 맞았습니다.
덕담 대신 날개를 주소서.
어떻게 여기까지 온 사람들입니까.
험난한 기아의 고개에서도
부모의 손을 뿌리친 적 없고
아무리 위험한 전란의 들판이라도
등에 업은 자식을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남들이 앉아 있을 때 걷고
그들이 걸으면 우리는 뛰었습니다.
숨 가쁘게 달려와 이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눈앞인데 그냥 추락할 수는 없습니다.
벼랑인 줄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어쩌다가 '북한이 핵을 만들어도 놀라지 않고
수출액이 3000억 달러를 넘어서도
웃지 않는 사람들'이 되었습니까.
거짓 선지자들을 믿은 죄입니까.
남의 눈치 보다 길을 잘못 든 탓입니까.

정치의 기둥이 조금만 더 기울어도,
시장경제의 지붕에 구멍 하나만 더 나도,
법과 안보의 울타리보다
겁 없는 자들의 키가 한 치만 더 높아져도
그때는 천인단애千仞斷崖의 나락입니다.

비상非常은 비상飛翔이기도 합니다.
싸움밖에 모르는 정치인들에게는
비둘기의 날개를 주시고,
살기에 지친 서민에게는
독수리의 날개를 주십시오.
주눅 들린 기업인들에게는
갈매기의 비행을 가르쳐 주시고,
진흙 바닥의 지식인들에게는
구름보다 높이 나는 종달새의 날개를 보여 주소서.

날게 하소서..
뒤처진 자에게는 제비의 날개를
설빔을 입지못한 사람에게는 공작의 날개를,
홀로 사는 노인에게는 학과 같은 날개를 주소서.
그리고 남남처럼 되어 가는 가족에는
원앙새의 깃털을 내려 주소서.

이 사회가 갈등으로 더 이상 찢기기 전에
기러기처럼 나는 법을 가르쳐 주소서.
소리를 내어 서로 격려하고
선두의 자리를 바꾸어 가며
대열을 이끌어 간다는 저 신비한 기러기처럼
우리 모두를 날게 하소서.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어느 소설의 마지막 대목처럼
지금 우리가 외치는 이 소원을 들어 주소서
은빛 날개를 펴고 새해의 눈부신 하늘로
일제히 날아오르는 경쾌한 비상의 시작!
벼랑 끝에서 날게 하소서.
 
 
새해에는 이런 사람이/ 이해인

평범하지만
가슴엔 별을 지닌 따뜻함으로
어려움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신뢰와 용기로써 나아가는
[기도의 사람]이 되게해 주십시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월의 보름달만큼만 환하고
둥근마음 나날이 새로 지어 먹으며
밝고 맑게 살아가는
[희망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너무 튀지 않는 빛깔로
누구에게나 친구로 다가서는 이웃
그러면서도 말보다는
행동이 뜨거운 진실로 앞서는
[사랑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오랜 기다림과 아픔의 열매인
마음의 평화를 소중히 여기며
화해와 용서를 먼저 실천하는
[평화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그날이 그날 같은 평범한 일상에서도
새롭게 이어지는 고마움이 기도가 되고
작은 것에서도 의미를 찾아 지루함을 모르는
[기쁨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새해를 향하여 / 임영조

다시 받는다
서설처럼 차고 빛부신
희망의 백지 한 장

누구나 공평하게 새로 받는다
이 순백의 반듯한 여백 위에
무엇이든 시작하면 잘될 것 같아
가슴 설레는 시험지 한 장

절대로 여벌은 없다
나는 또 무엇부터 적을까?
소학교 운동회날 억지로
스타트 라인에 선 아이처럼
도무지 난감하고 두렵다

이번만은 기필코......
인생에 대하여
행복에 대하여
건강에 대하여
몇번씩 고쳐 쓰는 답안지
그러나 정답은 없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재수인가? 삼수인가?
아니면 영원한 未知修인가?
문득 내 나이가 무겁다
창문 밖 늙은 감나무 위엔
새 조끼를 입고 온 까치 한 쌍
까작까작 안부를 묻는다, 내내
소식 없던 친구의 연하장처럼
근하 신년! 해피 뉴 이어!
 


새아침에/ 조지훈
 
모든 것이 뒤바뀌어 질서를 잃을지라도
성신의 운행만은 변하지 않는 법도를 지니나니

또 삼백예순날이 다 가고 사람 사는 땅 위에
새해 새아침이 열려오누나

처음도 없고 끝도 없는
이 영겁의 둘레를
뉘라서 짐짓 한 토막 짤라
새해 첫날이라 이름지었던가
뜻두고 이루지 못하는 한은
太初 以來로 있었나부다
다시 한 번 의욕을 불태워
스스로를 채찍질하라고
그 不退轉의 결의를 위하여
새아침은 오는가

낡은 것과 새것을 의와 불의를
삶과 죽음을ㅡ
그것만을 생각하다가 또 삼백예순날은 가리라
굽이치는 山脈 위에 보라빛 하늘이 열리듯이
출렁이는 波濤 위에
이글이글 태양 솟듯이
그렇게 열리라 또 그렇게 솟으라
꿈이여!
 
 
나의 소망/ 황금찬
정결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리라
그렇게 맞이한 이 해에는
남을 미워하지 않고
하늘 같이 신뢰하며
욕심 없이 사랑하리라
소망은
갖는 사람에겐 복이 되고
버리는 사람에겐
화가 오느니
우리 모두 소망 안에서
살아 갈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후회로운 삶을 살지 않고
언제나 광명 안에서
남을 섬기는 이치를
배우며 살아 간다.
선한 도덕과
착한 윤리를 위하여
이 해에는 최선을 다하리라.
밝음과 맑음을
항상 생활 속에 두라
이것을 새해의 지표로 하리라.

 

 


새해에는/ 구재기

그리움 한 자리에
송두리째 가라앉은 호수인저
멀리에 이르기까지 푸른빛이 울리도록
굽이굽이 출렁이는 물결처럼
끝나지 않는 긴 걸음을 시작할 일이다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은
하늘을 우러르게 되는 것
한 줌의 꿈이라도 고이고이 자라도록
거친 숨결을 다스리던 지혜처럼
침묵을 드리우는 것도 실상은 외침이다

새로이 높이 솟은 태양
햇살 쏟뜨려 물낯을 빛내어도
긴 그림자 하나 남기지 아니하나니
한 걸음 물러서서 긴 행렬을 이룰 때까지
가슴 깊은 기다림을 사랑할 일이다

멀리로 보면 하늘의 끝은
옹크린 어둠을 물리기로 하나니
언제라도 잠에서 깨었어야 할 일이다
끝이 없는 시작으로 내일을 맞을 일이다
새해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