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스크랩] 단풍에 관한 시 모음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주제별 좋은시

[스크랩] 단풍에 관한 시 모음

시낭송행복플러스 2013. 10. 27. 12:28

 

 

 

                                                                                                     사진-다음카페이미지

 

 

 단풍/ 유치환
 

신이 주신

마지막 황금의 가사를 입고

마을 뒤 언덕 위에 호올로 남아 서서

드디어 다한 영광을 노래하는

한 그루 미루나무

 

 


내장산 단풍/ 고두현

 

낙타의 혹을
베자
화산이 폭발했다
 
오, 내장을
가득 메우는

저 용암

 

 


 노인과 단풍잎/ 백거이(당나라)

 

늦가을 찬바람 을씨년스런 나무
술잔 손에 든 쓸쓸한 노인
취한 모습 서리 맞은 나뭇잎 같아
불그레하지만 청춘은 아니라네

 

 

 

오매 단풍 들것네/ 김영랑 

 

오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 붉은 감잎 날러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리니
바람이 자지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매 단풍 들것네

 

 

 

단풍 드는 날/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일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 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단풍 숲속을 가며/ 오세영

 

무어라 말씀하셨나
돌아서 옆을 보면
화들짝 붉히는 낯익은 얼굴
무어라 말씀하셨나
돌아서 뒤를 보면
또 노오랗게 흘기는 그 고운 눈빛
가을 산 어스름 숲속을 간다
붉게 물든 단풍 속을 호올로 간다
산은 산으로 말을 하고
나무는 나무로 말하는데
소리가 아니면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 하루 해는
설키만 하다
찬 서리 내려
산은 불현듯 침묵을 걷고
화려하게 천자만홍 터뜨리는데
무어라 말씀하셨나
어느덧 하옇게 센 반백의
귀머거리
아직도 봄 꿈꾸는 반백의
철딱서니

 

 


가을비 소리/ 서정주

 

단풍에 가을비 내리는 소리
늙고 병든 가슴에 울리는구나
뼈다귀 속까지 울리는구나
저승에 계신 아버지 생각하며
내가 듣고 있는 가을비 소리
손톱이 나와 비슷하게 생겼던
아버지 귀신과 둘이서 듣는
단풍에 가을비 가을비 소리

 

 

 

그  젖은 단풍나무/ 이면우


아주 오래 전 내가 처음 들어선 숲엔 비가 내렸다
오솔길 초록빛 따라가다가 아, 그만 숨이 탁 막혔다
단풍나무 한 그루 돌연 앞을 막아섰던 때문이다 그
젖은 단풍나무, 여름숲에서 저 혼자 피처럼 붉은 잎
사귀, 나는 황급히 숲을 빠져나왔다 어디선가 물먹
은 포풀린을 쫘악 찢는 외마디 새울음, 젖은 숲 젖
은 마음을 세차게 흔들었다.

살면서 문득 그 단풍나무를 떠올린다 저 혼자 붉
은 단풍나무처럼 누구라도 마지막엔 외롭게 견뎌내
야 한다 나는 모든 이들이 저마다 이 숲의 단풍나무
라 생각했다 그대 바로 지금, 느닷없이 고통의 전면
에 나서고 이윽고 여울 빠른 물살에 실린 붉은 잎사
귀, 군중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누구라도 상처 하
나쯤은 꼭 지니고 가기 마련이다.

 



나무들은 때로 불꽃 입술로 말한다/이기철

 

 

사랑하는 시간만 생이 아니다
고뇌하고 분노하는 시간도 끓는 생이다
기다림만이 제 몫인 집들은 서 있고
뜨락에는 주인의 마음만한 꽃들이
뾰루지처럼 붉게 핀다

날아간 새들아, 어서 돌아오너라
이 세상 먼저 살고 간 사람들의 안부는 이따 묻기로 하고
오늘 아침 쌀 씻는 사람의 안부부터 물어야지
햇빛이 우리의 마음을 배추잎처럼 비출 때
사람들은 푸른 벌레처럼 지붕 아래서 잠깬다

아무리 작게 산 사람의 일생이라도
한 줄로 요약되는 삶은 없다
그걸 아는 물들은 흔적을 남기지 않고 흘러간다

반딧불 만한 꿈들이 문패 아래서 잠드는
내일이면 이세상에 주소가 없을 사람들
너무 큰 희망은 슬픔이 된다
못 만난 내일이 등 뒤에서 또 어깨를 툭 친다

생은 결코 수사가 아니다
고통도 번뇌도 힘껏 껴안는 것이 생이다
나무들을 때로 불꽃 입술로 말한다
생은 피우는 만큼 붉게 핀다고

 

 

단풍/ 백석
 

빨간 물 짙게 든 얼굴이 아름답지 않느뇨
빨간 정 무르녹는 마음이 아름답지 않으뇨
단풍든 시절은 새빨간 웃음을 웃고 새빨간 말을 지즐댄다
어데 청춘을 보낸 서러움이 있느뇨
어데 老死를 앞둘 두려움이 있느뇨
재화가 한끝 풍성하야 시월 햇살이 무색하다
사랑에 한창 익어서 살찐 띠몸이 불탄다
영화의 사랑이 한창 현란해서 청청한울이 눈부셔 한다
시월 시절은 단풍이 얼굴이요, 또 마음인데 시월단풍도
높다란 낭떨어지에 두서너 나무
개웃듬이 외로히 서서 한들거리는 것이 기로다
시월단풍은 아름다우나 사랑하기를 삼갈 것이니
울어서도 다하지 못한
독한 원한이 빨간 자주로 지지우리지 않느뇨

 


단풍나무/ 함성호

 

지나가네 지나가 버리네
그가, 그녀가, 당신이 ㅡ

그냥 지나가 버리네
여기
너무 오래 단풍나무 아래서
그를, 그녀를, 당신을 기다렸네

설레는 손짓은
단풍나무 잎사귀처럼
붉게 물들어가고

단풍나무 붉은 그늘 아래로
사랑이거나 괴로움이거나
골몰한 생각들이 스치고
그냥
지나가 버리네

먼 훗날
그는, 그녀는, 당신은
어느 차가운 바위에 앉아
말하겠지

그 때,
(단풍나무 그늘에서)
쉬어가야 했다고

우리가 못 알아보고
그냥
지나쳐 온 생의 기별들이
단풍나무 붉은 그늘 아래로
차곡 차곡 쌓이고 있네

 

 

 

Take Me Home / Phil Coulter
(Sea Of Tranquility Album

 

출처 : 한국명시낭송클럽
글쓴이 : 이서윤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