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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3월에 관한 시 모음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주제별 좋은시

3월에 관한 시 모음

시낭송행복플러스 2014. 4. 6. 22:10

 

 

                                                                                                                              사진-다음카페이미지

 

 

이른봄의 서정/김소엽


눈 속에서도
봄의 씨앗은 움트고
얼음장 속에서도
맑은 물은 흐르나니
마른 나무껍질 속에서도
수액은 흐르고
하나님의 역사는
죽음 속에서도
생명을 건져 올리느니
시린 겨울밤에도
사랑의 운동은 계속되거늘
인생은
겨울을 참아내어
봄 강물에 배를 다시 띄우는 일
갈 길은 멀고
해는 서산 마루에 걸렸어도
겨울이 지나면
봄은 오게 되어 있나니
서러워 마라
봄은
겨울을 인내한 자의 것이거늘

 

 

나의 하나님/ 김춘수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늙은 비애다

푸줏간에 걸린 커다란 살점이다

시인 릴케가 만난

슬라브 여자의 마음 속에 갈앉은

놋쇠 항아리다

손바닥에 못을 박아 죽일 수도 없고 죽지도 않는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또

대낮에도 옷을 벗는 여리디 여린

순결이다

3월에

젊은 느릅나무 잎새에서 이는

연두빛 바람이다

봄은 전쟁처럼/ 오세영

산천은 지뢰밭인가
봄이 밟고 간 땅마다 온통
지뢰의 폭발로 수라장이다.
대지를 뚫고 솟아오른, 푸르고 붉은
꽃과 풀과 나무의 여린 새싹들.
전선엔 하얀 연기 피어오르고
아지랑이 손짓을 신호로
은폐 중인 다람쥐, 너구리, 고슴도치, 꽃뱀---
일제히 참호를 뛰쳐나온다.
한 치의 땅, 한 뼘의 하늘을 점령하기 위한
격돌,
그 무참한 생존을 위하여

봄은 잠깐의 휴전을 파기하고 다시
전쟁의 포문을 연다.

 


 

바다와 나비/ 김기림

 

아무도 그에게 수심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무 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3월/ 김광섭

 

3월은 바람쟁이

가끔 겨울과 어울려

대폿집에 들어가 거나해서는

아가씨들 창을 두드리고

할아버지랑 문풍지를 뜯고

나들이 털옷을 벗긴다


애들을 깨워서는

막힌 골목을 뚫고

봄을 마당에서 키운다


수양버들 허우적이며

실가지가 하늘거린다

대지는 회상

씨앗을 안고 부풀며

겨울에 꾸부러진 나무 허리를 펴 주고

새들의 방울소리 고목에서 흩어지니

여우도 굴 속에서 나온다

3월 바람 4월비 5월꽃

이렇게 콤비가 되면

겨울 왕조를 무너뜨려

여긴가 저긴가

그리운 것을 찾아

헤매는 이방인

 


 

3월/ 나태주


어차피 어차피
3월은 오는구나
오고야 마는구나

2월을 이기고
추위와 가난한 마음을 이기고
넓은 마음이 돌아오는구나

돌아와 우리 앞에
풀잎과 꽃잎의 비단방석을 까는구나

새들은 우리더러
무슨 소리든 내보라 내보라고
조르는구나

시냇물 소리도 우리더러
지껄이라 그러는구나

아, 젊은 아이들은
다시 한번 새옷을 갈아입고

새 가방을 들고
새 배지를 달고
우리 앞을 물결쳐 스쳐가겠지

그러나 3월에도
외로운 사람은 여전히 외롭고
쓸쓸한 사람은 쓸쓸하겠지

 

 


3월/ 장석주

 

얼음을 깨고 나아가는 쇄빙선 같이

치욕보다 더 생생한 슬픔이

내게로 온다

슬픔이 없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모자가 얹혀지지 않은 머리처럼

그것은 인생이 천진스럽지 못하다는 징표

영양분 가득한 지 3월 햇빛에서는

왜 비릿한 젖 냄새가 나는가

산수유나무는 햇빛을 정신없이 빨아들이고

검은 가지마다 온통 애기 젖꼭지만한 노란 꽃눈을 틔운다


3월의 햇빛 속에서

누군가 뼈만 앙상한 제 다리의 깊어진 궤양을 바라보며

살아봐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3월에 슬퍼할 겨를조차 없는 이들은

부끄러워하자 그 부끄러움을 뭉쳐

제 슬픔 하나라도 집어낼 일이다

 


 

3월/ 헤세


초록빛 새싹으로 덮힌 기슭에

벌써 제비꽃 푸름이 울려 퍼졌다

오직 검은 숲을 따라서만

아직 눈이 삐죽삐죽 혀처럼 놓여 있다

그러나 방울방울 녹아내리고 있다

목마른 대지에 흡인되어

그리고 저 위 창백한 하늘가에는

양떼구름이 빛 반짝이는 떼를 이뤄 흘러가고 있다

사랑에 빠진 피리새 울음은 나무 덤불 속에서 녹는다

사람들아, 너희도 노래하고 서로 사랑하라!


 


 

3월과 4월 사이/ 안도현


산서고등학교 관사 앞에 매화꽃 핀 다음에는

산서주조장 돌담에 기대어 산수유꽃 피고

산서중학교 뒷산에 조팝나무꽃 핀 다음에는

산서우체국 뒤뜰에서는 목련 꽃 피고

산서초등학교 울타리 너머 개나리 꽃 핀 다음에는

산서정류소 가는 길가에 자주제비꽃 피고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박목월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결에는

싱그러운 미나리 냄새가 풍긴다

해외로 나간 친구의

체온이 느껴진다

참으로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골목길에는

손만 대면 모든 사업이

다 이루어질 것만 같다

동, 서, 남,북으로

틔어 있는 골목마다

수국색 공기가 술렁거리고

뜻하지 않게 반가운 친구를

다음 골목에서

만날 것만 같다

나도 모르게 약간

걸음걸이가 빨라지는 어제 오늘

어디서나

분홍빛 발을 아장거리며

내 앞을 걸어가는

비둘기를 만나게 된다

ㅡ무슨 일을 하고 싶다

ㅡ엄청나고도 착한 일을 하고 싶다

ㅡ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 속에는

끊임없이 종소리가 울려오고

나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난다

희고도 큼직한 날개가

양 겨드랑이에 한 개씩 돋아난다

 

 

 

3월 삼짇날/ 정지용

 

중, 중 때때 중,

우리 애기 까까 머리


삼월 삼질 날,

질나라비, 훨 훨

제비 새끼, 훨 훨

쑥 뜯어다가

개피 떡 만들어

호, 호 잠들여 놓고

냥, 냥, 잘도 먹었다

중, 중, 때때 중

우리 애기 상제로 사갑소

 


 

3월에/ 이해인

 

단발머리 소녀가

웃으며 건네준

한 장의 꽃봉투

새봄의 봉투를 열면

그애의 눈빛처럼

가슴으로 쏟아져오는

소망의 씨앗들

가을에 만날

한 송이 꽃과의 약속을 위해

따뜻한 두 손으로

흙을 만지는 3월

나는 누군가를 흔드는

새벽 바람이고 싶다

시들지 않는 언어를

그의 가슴에 꽂는

연두색 바람이고 싶다




새봄2/ 김지하


삼월
온몸에 새순 돋고

꽃샘바람 부는
긴 우주에 앉아
진종일 편안하다

밥 한술 떠먹고
몸 아픈 친구 찾아
불편한 거리를
어칠비칠 걸어간다


세월아 멈추지 마라

지금 여기 내 머음에
사과나무 심으리라

 

 

 

가는 봄 3월/ 김소월


가는 봄 삼월, 삼월은 삼짇

강남 제비도 안 잊고 왔는데,

아무렴은요

설게 이 때는 못 잊게, 그리워.


잊으시기야, 했으랴, 하마 어느새,

님 부르는 꾀꼬리 소리.

울고 싶은 바람은 점도록 부는데

설리도 이때는

가는 봄 삼월, 삼월은 삼짇

 

 

 

경칩/ 박성우

 

봇물 드는 도랑에

갯버들이 간들간들 피어

외진 산골짝 흙집에 들었다

새까만 무쇠솥단지에

물을 서너 동이나 들붓고

저녁 아궁이에 군불 지폈다

정지문도 솥뚜껑도

따로 닫지 않아, 허연 김이

그을음 낀 벽을 타고 흘렀다

대추나무 마당에는

돌확이 놓여 있어 경칩 밤

오는 비를 가늠하고 있었다

긴 잠에서 나온 개구락지들

덜 트인 목청을 빗물로 씻었다


황토방 식지 않은 아침

갈퀴손 갈큇발 쭉 뻗은

암수 개구락지 다섯 마리가

솥단지에 둥둥 떠 굳어 있었다

아직 알을 낳지 못한

암컷의 배가 퉁퉁 불어

대추나무 마당가에 무덤이 생겼다

 

 

 

3월/ 에밀리 디킨슨


3월이네요, 어서 들어오세요!
오셔서 얼마나 기쁜지요
일전에 한참 찾았거든요
모자는 내려놓으시지요
아마 걸어 오셨나보군요
그렇게 숨이 차신 걸 보니
그래서 3월, 잘 지내셨나요?
다른 분들은요?
자연은 잘 두고 오셨나요?
아, 3월 바로 저랑 이층으로 가요
말씀드릴 게 얼마나 많은지요

 

 

 

3월/ 임영조(1943-2003) 충남 보령


밖에는 지금

누가 오고 있느냐

흙먼지 자욱한 꽃샘 바람

먼 산이 꿈틀거린다

나른한 햇볕 아래

선잠 깬 나무들이 기지개 켜듯

하늘을 힘껏 밀어올리자

조르르 구르는 푸른 물소리

문득 귀가 말게 트인다

누가 또 내 말을 하는지

떠도는 소문처럼 바람이 불고

턱없이 가슴 뛰는 기대로

입술이 트듯 꽃망울이 부푼다

오늘은 무슨 기별 없을가

온종일 궁금한 삼월

그 미완의 화폭 위에

그리운 이름들을 써놓고

찬연한 부활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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