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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우리집에 와서 다 죽었다 - 유홍준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우리집에 와서 다 죽었다 - 유홍준

시낭송행복플러스 2014. 9. 21. 18:13

 

우리집에 와서 다 죽었다

유홍준

 

 

벤자민과 소철과 관음죽
송사리와 금붕어와 올챙이와 개미와 방아깨비와 잠자리
장미와 안개꽃과 튤립과 국화
우리 집에 와서 다 죽었다

죽음에 대한 관찰일기를 쓰며
죽음을 신기해하는 아이는 꼬박꼬박 키가 자랐고
죽음의 처참함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음악을 듣는 아내는 화장술이 늘어가는 삼십 대가 되었다

바람도 태양도 푸른 박테리아도
희망도 절망도 욕망도 끈질긴 유혹도
우리 집에 와서 다 죽었다

어머니한테서 전화가 왔다
별일 없냐
별일 없어요

행복이란 이런 것
죽음 곁에서
능청스러운 것
죽음을 집안으로 가득 끌어들이는 것

어머니도 예수님도
귀머거리 시인도
우리 집에 와서 다 죽었다

 

 

- (『북천 까마귀』 제28회 소월시 문학상 작품집(2013 문학사상)

 

 

유홍준 시인/ 1962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났다. 1998년 '시와반시' 신인상에 '지평선을 밀다' 등이 당선되어 등단했고 시집으로 '喪家에 모인 구두들', '나는, 웃는다'가 있다. 2005년에 젊은 시인상을, 2007년에 시작문학상과 이형기문학상,

제28회 소월시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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