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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무렵 - 안도현 본문
저녁무렵
안도현
열정이 식은 뒤에도
사랑해야 하는 날들은 있다
벅찬 감동 사라진 뒤에도
부둥켜안고 가야 할 사람이 있다
끓어오르던 체온을 식히며
고요히 눈감기 시작하는 저녁 하늘로
쓸쓸히 날아가는 트럼펫 소리
사라진 것들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풀이란 풀 다 시들고
잎이란 것 다 진 뒤에도
떠나야 할 길이 있고
이정표 잃은 뒤에도
찾아가야 할 땅이 있다
뜨겁던 날들은 다시 오지 않겠지만
거기서부터 또 시작해야 할 사랑이 있다
안도현 시인/ 1961 .12. 15 경북 예천. 원광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81년 시 〈낙동강〉으로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등단했고, 1984년 〈서울로 가는 전봉준〉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이리중학교에 국어 교사로 근무(1985~89)하다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가입한 것이 드러나 해직되었고, 전북 장수 산서고등학교로 복직되어 1997년까지 근무했다. 그 후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뒤 2004년 우석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부임했다.
안도현의 시는 민중시에서 서정시로의 이행해 간다고 한다. 1980년대에 발표된 시집에는 민중들의 곤궁한 삶에 대한 성찰과 따뜻하게 감싸는 낭만주의의 정서가 깃들어 있다. 때문에 현실의 곤궁함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끈다. 1990년대의 시는 소박한 생활에서 소재를 찾고, 변화하는 현실 세계에서 자아를 찾아가는 서정성이 그려진다. 시집으로 〈서울로 가는 전봉준〉(1985), 〈모닥불〉(1989), 〈그대에게 가고 싶다〉(1991), 〈외롭고 높고 쓸쓸한〉(1994), 〈그리운 여우〉(1997), 〈바닷가 우체국〉(1999),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2001) 등이 있고, 소설/동화로 〈연어〉(1996) 등이 있다. 시와시학 젊은 시인상(1996), 제13회 소월시문학상 대상(1998), 제1회 노작문학상(2002), 제12회 이수문학상(2005)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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