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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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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천정을 보며/ 정양

시낭송행복플러스 2015. 7. 8. 09:58

천정을 보며

정양

 

 

우리네 사는 일 따뜻하여

잠 아니 올 때

내 기억 밖에서 흘러가던 바람소리

어쩌다 되돌아와서

내 영혼의 우수의 석경을 닦는다.

추적추적 궂은비가 내리는 새벽에


비로소 잠이 들던 친구의

피곤한 꿈자리를 지나서

높고 가난하고 또 쓸쓸한

우리 스승의 숙명의 한많은

걸음걸이나 시늉하며 따라가다가

문득 오랫만에 참으로

오랫만에

죽음이라는 걸 생각하면서

엄청난 차부일지 어쩔지

좀처럼 요약되지 않는 우리네

사랑이여 예감이여

뉘우침이 모두

그늘이 되어 바람이 되어 쓸쓸한

휴식이 되어

아무려면 괜히 목숨이 탈까

목숨이 탈까 사랑이여!


더러는 죽고, 더러는

살아서 소식 없는

우리 곁에서 수없이 떠나간 사람들의

남긴 시간을 보자.

우리의 살다 남는 시간을 보자.


피곤한 음계를 오르내리며

한세상 가고

우리의 생활은 바람의

절망의 저 건너편에서 시작되어도

우리네 초라한 희로애락

모두 맘에 들어라.


내 기억 밖에서 흘러가던 바람소리

다시 기억 밖으로 흘러가고

모든 자랑의 사랑의 절망의

뉘우침의

저 바람소리엔 주석이 필요치 않다.

 

 

  -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정양 시인/ 1942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났다. 1965년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마치고 전북 김제군 죽산면 소재 죽산 중,고등학교 교사로 부임하여 지금까지 이리 원광고, 전주 신흥고, 우석대 등에서 교직생활을 계속하고 있다.1968년 시 「천정을 보며」가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1977년 윤동주의 시에 관한 글 「童心의 神話」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되어 등단하였고 모악문학상, 아름다운작가상, 백석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 『까마귀떼』 『살아 있는 것들의 무게』 『길을 잃고 싶을 때가 많았다』 『나그네는 지금도』『철들 무렵』 등과, 시화집 『동심의 신화』, 판소리평론집 『판소리 더늠의 시학』, 옮긴 책으로 『한국 리얼리즘 한시의 이해』 『두보 시의 이해』 등이 있다. 현재 우석대 문예창작과 명예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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