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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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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참숯/ 정양

시낭송행복플러스 2015. 7. 8. 09:59

참숯

정양

 

 

간장독에 띄울 숯을 사러
읍내에 간다
나무 타다 만 게 숯인데
나무토막 태워서 쓰자고 해도
어디서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아내는 참숯만 써야 한단다

 

읍내 장터를 다 뒤져도 숯이 없다
가슴속 한 세상 더글거리는
타다 만 숯덩이들은 쓸모가 없겠지
육십릿길 더 달려간 도회지 시장통에서
가까스로 숯을 만난다
휘발유값이 몇 배는 더 들겠다

 

불길이 한참 이글거릴 때
바람구멍을 꽉 막아야
참숯이 된다고,
참숯은 냄새도 연기도 없다고
숯가게 할아버지 설명이 길다
참숯은 냄새까지 연기까지
감쪽같이 태우나 보다

 

이글거리기도 전에 숨통이 막힌
내 청춘은 그나마 참숯이 되어 있는지
언제쯤 냄새도 연기도 없이
이글거릴지 어쩔지

 

간장독에 둥둥 떠서 한평생
이글거리지도 못할
까만 비닐봉지 속 숯토막들이
못 견디게 서걱거린다

 

 

 

정양 시인/ 1942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났다. 1965년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마치고 전북 김제군 죽산면 소재 죽산 중,고등학교 교사로 부임하여 지금까지 이리 원광고, 전주 신흥고, 우석대 등에서 교직생활을 계속하고 있다.1968년 시 「천정을 보며」가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1977년 윤동주의 시에 관한 글 「童心의 神話」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되어 등단하였고 모악문학상, 아름다운작가상, 백석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 『까마귀떼』 『살아 있는 것들의 무게』 『길을 잃고 싶을 때가 많았다』 『나그네는 지금도』『철들 무렵』 등과, 시화집 『동심의 신화』, 판소리평론집 『판소리 더늠의 시학』, 옮긴 책으로 『한국 리얼리즘 한시의 이해』 『두보 시의 이해』 등이 있다. 현재 우석대 문예창작과 명예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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