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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나무/ 이하석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나무/ 이하석

시낭송행복플러스 2015. 9. 8. 07:55

나무

이하석


 

지난 가을에 무성한 바람의 기억들 떨쳐버리고

망각의 비탈로 밀려났다고 여겼는데,

언제 기억 되찾았는지,

우리가 미처 발견하기도 전에,

문득 전신이 푸르스름해져 있다.

 

바람기가 곧 무성해진다는 걸 드러낸 게다.

우리 자는 사이 밤을 치대던 천둥.

그 환한 예언의 소리 온몸으로 맞은 어혈 같다.

그러고 보니 이월의 끝이고 삼월의 초입이다.

그러니까 나무는 절로

제 온몸의 봄을 당연한 소식으로 드러낸 것이다.

그 기세는 여름으로 이어져 무성해진다.

 

나는 바로 보고 말해야겠다,

나무는 모든 계절의 끝머리쯤에서

망각되거나 의심되어지는 게 아님을,

언제나 그렇듯 나무가 선 그곳이

모든 계절의 출발점인 것을,

나도 그렇게 비탈에 서 있음을.


 


    -시집(『연애 간 』 2015 문학과 지성사)



 

이하석 시인/ 1948년 경북 고령에서 태어나 197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에 '투명한 속' '김씨의 옆얼굴' '우리 낯선 사람들' '측백나무 울타리' '금요일엔 먼데를 본다' '녹綠' '고령을 그리다' 등이 있으며, 시선집에 '유리 속의 폭풍' '비밀' '고추잠자리', 어른을 위한 동화에 '꽃의 이름을 묻다', 기행산문집에 '삼국유사의 현장기행'이 있다. 대구문학상?김수영문학상?김달진문학상?대구시문화상(문학 부문)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영남일보 논설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김수영문학상과 김달진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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