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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자동판매기/ 최승호

시낭송행복플러스 2015. 8. 27. 08:56

자동판매기

최승호

 

 

 

오렌지 주스를 마신다는 게

커피가 쏟아지는 버튼을 눌러 버렸다

습관의 무서움이다

 

무서운 습관이 나를 끌고 다닌다

최면술사 같은 습관이

몽유병자 같은 나를

습관 또 습관의 안개나라로 끌고 다닌다

 

 

정신 좀 차려야지

고정관념으로 굳어 가는 머리의

자욱한 안개를 걷으며

자, 차린다, 이제 나는 뜻밖의 커피를 마시며

 

돈만 넣으면 눈에 불을 켜고 작동하는

자동판매기를

매춘부라 불러도 되겠다

황금교회라 불러도 되겠다

이 자동판매기의 돈을 긁는 포주는 누구일까 만약

그대가 돈의 권능을 이미 알고 있다면

그대는 돈만 넣으면 된다

그러면 매음의 자동판매기가

한 컵의 사카린 같은 쾌락을 주고

십자가를 세운 자동판매기는

신의 오렌지 주스를 줄 것인가



      ㅡ(『대설주의보』 민음사 1999)



 

최승호 시인/1954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춘천에서 태어나 춘천교육대를 졸업하고 사북 등 강원도의 벽지 국민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1977년 「비발디」로 현대시학지의 추천을 받고 시단에 데뷔해 1982년 「대설주의보」등으로 제6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으며 이듬해 첫 시집 『대설주의보』를 간행했다. 1982년에 오늘의 작가상, 1985년에 김수영문학상, 1990년에 이산문학상, 2000년에는 대산문학상, 2003년에는 미당문학상 등 많은 상을 받았다. 등단한 이래 지난 이십 년 동안 열 권이 넘는 시집을 꾸준히 펴낸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이다. 현재 숭실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시를 강의하고 있다.이외의 저서로는 『허공을 달리는 코뿔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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