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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자동판매기/ 최승호 본문
자동판매기
최승호
오렌지 주스를 마신다는 게
커피가 쏟아지는 버튼을 눌러 버렸다
습관의 무서움이다
무서운 습관이 나를 끌고 다닌다
최면술사 같은 습관이
몽유병자 같은 나를
습관 또 습관의 안개나라로 끌고 다닌다
정신 좀 차려야지
고정관념으로 굳어 가는 머리의
자욱한 안개를 걷으며
자, 차린다, 이제 나는 뜻밖의 커피를 마시며
돈만 넣으면 눈에 불을 켜고 작동하는
자동판매기를
매춘부라 불러도 되겠다
황금교회라 불러도 되겠다
이 자동판매기의 돈을 긁는 포주는 누구일까 만약
그대가 돈의 권능을 이미 알고 있다면
그대는 돈만 넣으면 된다
그러면 매음의 자동판매기가
한 컵의 사카린 같은 쾌락을 주고
십자가를 세운 자동판매기는
신의 오렌지 주스를 줄 것인가
ㅡ(『대설주의보』 민음사 1999)
최승호 시인/1954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춘천에서 태어나 춘천교육대를 졸업하고 사북 등 강원도의 벽지 국민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1977년 「비발디」로 현대시학지의 추천을 받고 시단에 데뷔해 1982년 「대설주의보」등으로 제6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으며 이듬해 첫 시집 『대설주의보』를 간행했다. 1982년에 오늘의 작가상, 1985년에 김수영문학상, 1990년에 이산문학상, 2000년에는 대산문학상, 2003년에는 미당문학상 등 많은 상을 받았다. 등단한 이래 지난 이십 년 동안 열 권이 넘는 시집을 꾸준히 펴낸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이다. 현재 숭실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시를 강의하고 있다.이외의 저서로는 『허공을 달리는 코뿔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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