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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꽃을/김경인 본문
꽃을
김경인
꽃을 주세요*
흔들리는 창문을 위해 흰 꽃을 주세요
창문을 그을리며 타오르는 촛불을 위해
꽃더러 보라고
서투른 화가의 자화상을 단숨에 잘라내는 가위의 반짝이는 살기를
흰 꽃더러 보라고
화가의 붓끝에서 알 수 없는 곳을 향해 똑똑 떨어지는 물감의 슬픔을
꽃을 던지세요
검은 계단을 내려가 더 검은 모퉁이를 돌아 마침내 다다른 초록빛 철문 앞에
흰 꽃을 던지세요
더 검은 모퉁이 끝 계단에 앉아 비로소 떠올리는 초록빛 철문의 기억 앞에
초록 철문 앞에서 망설이며 뒤돌아서는 늙은 그림자에게
마치 꽃이라는 듯
안개 속에서만 떠들 줄 아는 물병의 닫히지 않는 마개에게
흰 꽃 아닌 건 모두 잊었다는 듯
그 해 여름, 빨강과 초록이 내민 힘겨운 악수를 위해
꽃을 향해 달려가는 꽃처럼,
여름을 반성하는 영원한 여름을 위해
꽃을 향해 달려가 마침내 사라지는 그 꽃처럼,
심장인 줄만 알고 입 맞추던 너의 차가운 두 발에
기쁨의 첫 페이지에서 흘러내려 귀갓길을 적시는 피 위에
흰 꽃을,
깨어진 거울 앞에서 가장 또렷해지는 절망의 이목구비에게
거울을 꿈꾸다 꿈속의 거울에 갇힌 물고기에게
꽃을,
집을 삼킨 채 비로소 잠잠해진 얼굴에게
얼굴 밖으로 흘러나와 다시 떠들기 시작하는 집 앞에
흰 꽃을,
흉터 위로 또 엎질러지는 끓는 주전자에게
주전자가 몸에 그려준 어여쁜 새 지도에게
보랏빛 바이올렛은 말고
밤물결로
파도치는 나의 심장에게 새빨간 맨드라미는 더 말고
꽃을,
같은 고백을 여러 번 늘어놓은 모노드라마가 끝나듯
내 안의 세계가 문득, 자전을 멈출 때
어둠 속에서 먼지처럼 풀썩거리며 날아오르는 질문들의 빛나는 이마에
흰 꽃을,
* 김수영, 「꽃잎 2」중에서
김경인 시인/ 1972년 서울 출생. 2001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한밤의 퀼트』『얘들아, 모든 이름을 사랑해』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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