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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나의 해바라기가 가고 싶은곳/정영선 본문
나의 해바라기가 가고 싶은곳
정영선
여름 절정의 햇빛들을 출렁이게 하고 싶었다 그는
빛이 빠져나간 마음속 빈 창고에
사랑이 시작되던 기쁨에서 식어간 슬픔까지 반짝이는
노랑을 번지게 하고 싶었다
들판은 개간을 저항하였고
폭풍은 그해, 그다음 해의 해바라기들을 눕혔고
그를 강타했다
넘어진 꿈의 평수
등을 바닥에 붙이고 일어서지 못한 자
이기지 못한 마음이 이기지 못한 마음을 안는 자리
무너진 꿈이 무너진 꿈을 보았다
그의 잠을 아주 쓰러뜨린 건
오두막의 장작불
불탄 집에서는 술병이 뒹굴었고
숯덩이가 된 몸을 보고야
들판은 본래 되고 싶은 들판을 버리고
만평 해바라기 꿈으로 일어섰다
꽃잎에서 꽃잎으로 출렁출렁 빛의 물결은 넘쳐났다
씨앗마다 여름을 돋을새김 했다
새들이 태양을 물고 와그르르 몰려왔다 몰려간다
죽음의 한 끝을 잡고서 생이 찬란해진
강원도 구와우 해바라기 밭
한 청년이 응시하고 있다
나의 해바라기도 가고 싶은 곳
—시집『나의 해바라기가 가고 싶은 곳』(서정시학, 2015)
정영선 시인/ 부산 출생. 1995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장미라는 이름의 돌멩이를 가지고 있다』
『콩에서 콩나물까지의 거리』『나의 해바라기가 가고 싶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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