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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동백 깊다/ 정끝별

시낭송행복플러스 2016. 1. 20. 08:11

동백 깊다

정끝별


동박새 한 마리 날아들지 않았다면

벌 나비 없는 계절을 저리 붉게 꽃피웠을 리 없다

 

뜨거운 꽃술 피워 올리지 않았다면

겨울나무에 깃든 동박새의 노래가 저리 환했을 리 없다

 

새의 영혼은 날고 꽃의 영혼은 지는 것

하늘은 높고 중력은 무거운 것

 

동박새 한 자리 날아가버리지 않았다면

시들지 않은 한 품 겹꽃이 저리 뚝 져버렸을 리도 없다

 

눈에 묻혀 언 것들은 그때 그대로 선명하다

피었으니 진 자리부터 겨울눈이 녹을 것이다

   

  ㅡ(『은는이가 』,  문학동네 2014)


정끝별 시인/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명지대학교 교수 정끝별은 1964년 전남 나주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8년 《문학사상》 신인발굴 시 부문 신인상에 '칼레의 바다' 외 6편의 시가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199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된 후 시 쓰기와 평론 활동을 병행하고 있으며, 현재 명지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저서로는 시집 『자작나무 내 인생』,『흰 책』,『삼천갑자 복사빛』, 시론·평론집 『패러디 시학』,『천 개의 혀를 가진 시의 언어』,『오룩의 노래』, 여행산문집 『여운』,『그리운 건 언제나 문득 온다』와 시선평론 『시가 말을 걸어요』, 『밥』 등이 있다. 2004년에 제2회 유심작품상 시부문을 수상하였으며, 2008년에는 시 '크나큰 잠'으로 제23회 소월시문학상 대상에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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