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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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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주제별 좋은시

[스크랩] 10월에 관한 시 모음

시낭송행복플러스 2016. 10. 3. 17:26

 


                                                            (사진: 다음카페이미지/ 시모음: 한국명시낭송예술인연합회 이서윤 ) 



시월 / 황동규 (서울,1938- )

 
내 사랑하리 시월의 강물을
석양이 짙어가는 푸른 모래톱
지난날 가졌던 슬픈 여정들을, 아득한 기대를
이제는 홀로 남아 따뜻이 기다리리.

지난 이야기를 해서 무엇하리.
두견이 우는 숲 새를 건너서
낮은 돌담에 흐르는 달빛 속에
울리던 木琴소리 목금소리 목금소리.

며칠내 바람이 싸늘히 불고
오늘은 안개 속에 찬비가 뿌렸다.
가을비 소리에 온 마음 끌림은
잊고 싶은 약속을 못다한 탓이리




시월/ 임보 (1940- ) 


모든
돌아가는 것들의
눈물을
감추기 위해

산은
너무 고운
빛깔로
덫을 내리고

모든
남아 있는 것들의
발성(發聲)을 위해

나는
깊고 푸른
허공에
화살을 올리다.




10월 창호문/유안진 (경북 안동, 1941- ) 


찬서리 내린다는
상강도 지났는가
어느덧 우리 사랑은
창호문의 꽃무늬

대장부 천금 목청
대닢으로 푸르러 있고
그 옆에 향기 높아
국화는 나의 뜻

절반은 고전이요
나머지는 현대이나
아직도 한 채의 한옥 같은 내 사랑아
이제부터 불빛이
긴 밤을 지킬지니

낙엽 같은 맨발로
홀연 돌아오는 밤도
창호문 바른 솜씨 보아서 아시리.




시월 / 오세영 (전남 영광,1942 - )


무언가 잃어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있을 뿐이다.

낙과(落果)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 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10월 / 문인수(경북 성주,1945 - )


호박 눌러 앉았던, 따 낸
자리,
가을의 한복판이 움푹
꺼져 있다
한동안 저렇게 아프겠다




시월 /이외수(경남 함양, 1946- )


이제는 마른 잎 한 장조차 보여 드리지 못합니다
버릴수록 아름다운 이치나 가르쳐 드릴까요
기러기떼 울음 지우고 떠나간 초겨울
서쪽 하늘
날마다 시린 뼈를 엮어서 그물이나 던집니다
보이시나요
얼음칼로 베어낸 부처님 눈썹 하나




시월 / 이문재 (경기 김포,1959- )


투명해지려면 노랗게 타올라야 한다
은행나무들이 일렬로 늘어서서
은행잎을 떨어뜨린다
중력이 툭, 툭, 은행잎들을 따간다
노오랗게 물든 채 멈춘 바람이
가볍고 느린 추락에게 길을 내준다

아직도 푸른 것들은 그 속이 시린 시월
내 몸 안에서 무성했던 상처도 저렇게
노랗게 말랐으리, 뿌리의 반대켠으로
타올라, 타오름의 정점에서
중력에 졌으리라, 서슴없이 가벼워졌으나
결코 가볍지 않은 시월
노란 은행잎들이 색과 빛을 벗어던진다
자욱하다, 보이지 않는 중력




시월 / 기형도(인천, 1960-1989)


흩어진 그림자들, 모두
한 곳으로 모이는
그 어두운 정오의 숲속으로
이따금 나는
한개의 짧은 그림자가 되어 천천히
걸어들어간다

쉽게 조용해지는 나의 빈 손바닥 위에 가을은
둥굴고 단단한 공기를 쥐어줄 뿐
그리고 나는 그것을 잠시 만져볼 뿐이다
나무들은 언제나 마지막 이라 생각하며
작은 이파리들을 떨구지만
나의 희망은 이미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너무 어두워지면
모든 追憶들은 갑자기 거칠어 진다
내 뒤에 있는 캄캄하고 필연적인 힘들에 쫓기며
나는 내 침묵의 심지를 조금 낮춘다
공중의 나뭇잎 수효만큼 검은 옷을 입은 햇빛들 속에서
나는곰곰이 내 어두움을 생각 한다

어디선가 길다란 연기들이 날아와 희미한 언덕을 만든다
빠짐 없이 되살아나는 내 젊은날의 저녁들 때문이다
한때 절망이 내 삶의 전부 였던 때가 있었다
그 절망의 내용조차 잊어버린 지금
나는 내 삶의 일부분도 알지 못한다

이미 대지의 맛에 익숙해진 나뭇잎들은
내 초라한 위기의 발목 근처로 어지럽게 떨어진다
오오! 그리운 생각들이란 얼마나
죽음의 편에 서 있는가?
그러나 내 사랑하는 시월의 숲은, 아무런 잘못도 없다




시월에/ 문태준 (경북 김천, 1970 -)


오이는 아주 늙고 토란잎은 매우 시들었다

산 밑에는 노란 감국화가 한 무더기 해죽, 해죽 웃는다
웃음이 가시는 입가에 잔주름이 자글자글하다
꽃빛이 사그라들고 있다

들길을 걸어가며 한 팔이 뺨을 어루만지는 사이에도
다른 팔이 계속 위아래로 흔들리며 따라왔다는 걸
문득 알았다

집에 와 물에 찬밥을 둘둘 말아 오물오물거리는데
눈구멍에서 눈물이 돌고 돌다

시월은 헐린 제비집 자리 같다
아, 오늘은 시월처럼 집에 아무도 없다




10월 / R. Frost (미국, 1874-1963)


오, 고요하고 부드러운 시월의 아침이여,
너의 잎새들은 곱게 단풍이 들어 곧 떨어질 듯하구나
만일 내일의 바람이 매섭다면
너의 잎새는 모두 떨어지고 말겠지
까마귀들이 숲에서 울고
내일이면 무리 지어 날아가겠지
오, 고요하고 부드러운 시월의 아침이여
                              
오늘은 천천히 전개하여라
하루가 덜 짧아 보이도록 하라
속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의 마음을
마음껏 속여 보아라
새벽에 한 잎
정오에 한 잎씩 떨어뜨려라
한 잎은 이 나무, 한 잎는 저 나무에서
자욱한 안개로 해돋이를 늦추고
이 땅을 자줏빛으로 흘리게 하라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이미 서리에 말라버린
포도나무 잎새를 위해서라도                          
주렁주렁한 포도송이 상하지 않게
담을 따라 열린 포도송이를 위해서라도










출처 : 한국명시낭송예술인연합회
글쓴이 : 이서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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