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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신설동 밤길/ 마종기 본문
신설동 밤길
마종기
약속한 술집을 찾아가던 늦은 저녁,
신설동 개천을 끼고도 얼마나 어둡던지
가로등 하나 없어 동행은 무섭다는데
내게는 왜 정겹고 편하기만 하던지.
실컷 배웠던 의학은 학문이 아니었고
사람의 신음 사이로 열심히 배어드는 일,
그 어두움 안으로 스며드는 일이었지.
스며들다가 내가 젖어버린 먼 길.
젖어버린 나이여, 숨결이여,
그래도 꺾이지 않았던 날들은 모여
꽃이나 열매로 이름을 새기리니
이 밤길이 내 끝이라도 좋겠다.
거칠고 메마른 발바닥의 상처는
말수가 줄어든 자책의 껍질들,
병든 나그네의 발에 의지해 걸어도
개울물 소리는 더이상 따라오지 않는다.
오늘은 추위마저 안심하고 깊어지는
구수한 밤의 눈동자가 빛난다.
편안한 말과 얼굴이 섞여 하나가 되는
저 불빛이 우리들의 술집이겠지.
온 몸과 정성을 다해 사랑하는 것이
미련의 극치라고 모두들 피하는데
그 세련된 도시를 떠나 여기까지 온
내 몸에 스며드는 신설동의 밤길.
—《창작과비평》2016년 봄호
마종기 시인/ 부드러운 언어로 삶의 생채기를 어루만지고 세상의 모든 경계를 감싸안는 시인이다. 1939년 일본 도쿄에서 동화작가 마해송과 무용가 박외선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바닷가에 앉아 혼자 동시를 쓰기 시작했던 소년은 중학생 시절부터 일약 ‘학원’ 문단의 스타가 되어 친구들의 연애편지 대필을 도맡는 등 타고난 시인의 재능을 맘껏 선보인다.자연스럽게 문인의 길로 접어드는 듯 했으나 어려운 고국의 현실을 외면하지 말라는 주위의 권유로 연세대학교 의대에 진학했다. 1959년 본과 일학년때 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등단하면서 ‘의사시인’으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1966년 미국으로 건너간 후, 오하이오 주립대학 병원에서 수련의 시절을 거쳐 미국 진단방사선과 전문의가 되었고, 오하이오 의과대학 방사선과 및 소아과 교수 시절에는 그해 최고 교수에게 수여하는 ‘황금사과상’을 수상했다. 이후 톨레도 아동병원 방사선과 과장, 부원장까지 역임했고 2002년 의사생활을 은퇴할 때까지 ‘실력이 뛰어나고 인간미 넘치는 의사’로서 명성을 쌓았다.고국을 떠나 이국에서 보내야했던 그리움과 고독의 시간을 자신만의 시어로 조탁하여 『조용한 개선』을 시작으로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 『그 나라 하늘빛』, 『이슬의 눈』, 『우리는 서로를 부르는 것일까』등 수많은 시집을 펴냈다. 2009년에는 시 「파타고니아의 양」으로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매년 봄과 가을 고국을 방문해 연세대학교의 초빙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머지않아 ‘고국의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맞게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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