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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2013년 10월 14일 오전 08:48 본문
콩나물 한 봉지 들고 너에게 가기
김선우
가령이런 것
콩나물 시루 지나가는 물줄기
붙잡으려는 콩나물 줄기의 안간힘
물줄기 지나갈때 솨아아 몸을 늘이는
콩나물의시간
닿을길 없는 어여뿐 정염
다시 가령 이런것
언제다시 물이 지나갈지
물 주는 손의 마음까지 알 수 없는 의기소침
그래도 다시 물 지나갈 때 기다리며
쌔근쌔근한 콩나물 하나씩에든 여린 그리움
낭창하게 가늘은 목선의 짠함
짠해서 자꾸 놓치는 그래도 놓을수 없는
물 줄기 지나간다
다음 순간이 언제올지 모르므로
생의 전부인듯 뿌리를 쭉 편다
아 너를 붙잡고 싶어 요동치는
여리디 여린 콩나물 몸속의 역동
받아 이거 아삭아삭한 폭풍 한봉지!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창비 2012 )
김선우 /1970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강원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6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대관령 옛길' 등 10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04년 제49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2007년 현재 '시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도화 아래 잠들다>,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가 있다. 이밖의 작품으로 산문집 <물 밑에 달이 열릴 때>, <김선우의 사물들>, <내 입에 들어온 설탕 같은 키스들>, 동화 <바리공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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