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스크랩] 우화의 강- 마종기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풍경이 있는시

[스크랩] 우화의 강- 마종기

시낭송행복플러스 2013. 10. 15. 10:25

 

 

 

     

                                                                                             사진 - 배상수 (시인)작가님

 

 

우화의 강/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서로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이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꾸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야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 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 보아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과 친하고 싶다.

 

 

              
                 

출처 : 한국명시낭송클럽
글쓴이 : 이서윤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