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Tags
- 허준
- 풍경이 있는 시
- 동의보감
- 애송시
- 한국명시낭송
- 윤동주
- 강서구민회관시낭송
- 좋은시
- 현대시
- 신춘문예
- 시낭송행복플러스
- 한국명시낭송클럽
- 이서윤시낭송
- 한국명시낭송예술인연합회
- 허준박물관
- 이서윤
- 시인
- 명시
- 풍경이 있는시
- 세계명시
- 이서윤 시인
- 시낭송아카데미
- 이서윤 시낭송
- 강서구민회관 시낭송반
- 축시낭송
- 한국명시
- 문학
- 시낭송
- 장수길
- 명시낭송
Archives
- Today
- Total
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밥이나 한번 먹자고 할 때/문성해 본문
밥이나 한번 먹자고 할 때
문성해
서너 달이나 되어 전화한 내게
언제 한번 밥이나 먹자고 할 때
나는 밥보다 못한 인간이 된다
밥 앞에서 보란듯 밥에게 밀린 인간이 된다
그래서 정말 밥이나 한번 먹자고 만났을 때
우리는 난생처음 밖에서 밥을 먹는 사람들처럼
무얼 먹을 것인가 숭고하고 진지하게 고민한다
결국에는 보리밥 같은 것이나 앞에 두고
정말 밥 먹으러 나온 사람들처럼
묵묵히 입속으로 밥을 밀어넣을 때
나는 자꾸 밥이 적으로 보인다
그래서 밥을 혀 속에 숨기고 웃어 보이는 것인데
그건 죽어도 밥에게 밀리기 싫어서기 때문
우리 앞에 휴전선처럼 놓인 밥상을 치우면 어떨까
우연히 밥을 먹고 만난 우리는
먼산바라기로 자꾸만 헛기침하고
왜 우리는 밥상이 가로놓여야 비로소 편안해지는가
너와 나 사이 더운 밥 냄새가 후광처럼 드리워져야
왜 비로소 입술이 열리는가
으깨지고 바숴진 음식 냄새가 공중에서 섞여야
그제야 후끈 달아오르는가
왜 단도직입이 없고 워밍업이 필요한가
오늘은 내가 밥공기를 박박 긁으며
네게 말한다
언제 한번 또 밥이나 먹자고
—시집『밥이나 한번 먹자고 할 때』(문학동네, 2016년)
문성해 / 1963년 경북 문경 출생. 영남대 국문과 졸업. 199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와 200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당선. 시집 『자라』『아주 친근한 소용돌이』『입술을 건너간 이름』『밥이나 한번 먹자고 할 때』.
'아름다운 시편들 > 명시.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7년 신춘문예 당선작 모음(시부문) (0) | 2017.01.06 |
---|---|
목련의 상부/문성해 (0) | 2017.01.04 |
연필/ 김기택 (0) | 2016.12.26 |
맨드라미/ 하린 (0) | 2016.12.26 |
옛집 소묘/엄정숙 (0) | 2016.1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