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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목련의 상부/문성해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1. 4. 08:54



목련의 상부

 

  문성해 

 

 

아침에 가르마가 벌어진 채

육층에서 내려다보니

목련꽃들의 벌어진 정수리가 훤하다

 

아침부터 모여 떠드는

우리 라인 아줌마들의 억센 사투리와

사층 노인네의 담배꽁초까지 다 받아내던

저 정수리

 

그 속에

햇살과 바람과 비가 심어놓은

탱탱한 씨앗들

옹골차게 자라고 있음을 생각한다

 

바람이 가만히 내 정수리 가르마를 벌리고 간다

씨앗처럼 주름진 영근 얼굴을 들어올린 채

비질을 하던 경비원 김씨가 문득 알은체를 한다

 


      —시집『밥이나 한번 먹자고 할 때』(문학동네, 2016년)



문성해 / 1963년 경북 문경 출생. 영남대 국문과 졸업. 199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와 200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당선. 시집 『자라』『아주 친근한 소용돌이』『입술을 건너간 이름』『밥이나 한번 먹자고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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