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숨은 고양이 찾기/길상호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숨은 고양이 찾기/길상호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4. 26. 22:29



숨은 고양이 찾기

 

   길상호

 

  

책을 펼쳐놓으면 고양이들이

줄무늬를 맞추며 문장마다 들어와 앉았다

 

눈이 내린 아침 담장 위에는

흰 고양이가 소복이 쌓여 있었다

 

빈 택배박스가 다시 무거워졌다

열어보니 삼색 고양이가 보자기처럼 묶여 있었다

 

검은 고양이를 편애한 밤은

제 눈동자 속에 아이들을 숨겨두었다

 

참을성 없는 울음만 튀어나오지 않으면

영영 들킬 일은 없어 보였다

 

꼭꼭 숨은 고양이를 찾다 찾다 못 찾으면

철컥, 아껴둔 참치 캔 하나를 땄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한꺼번에 달려들어

니야옹니야옹 보채는 고양이들

 

캔 하나를 순식간에 비우고 나서는

나의 비린 눈까지 깨끗하게 핥아주었다

 

 

                 —《리토피아》2017년 봄호



길상호 / 1973년 충남 논산 출생. 2001년 〈한국일보〉신춘문예 당선. 시집『눈의 심장을 받았네』『우리의 죄는 야옹』외, 사진에세이『한 사람을 건너왔다』.  

 

관련


'아름다운 시편들 > 명시.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耳鳴/나희덕   (0) 2017.05.15
폭포/강우식  (0) 2017.05.04
고흐의 휴식/김정미  (0) 2017.04.26
냉이꽃/송찬호  (0) 2017.04.06
딸기/고영민  (0) 2017.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