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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숨은 고양이 찾기/길상호 본문
숨은 고양이 찾기
길상호
책을 펼쳐놓으면 고양이들이
줄무늬를 맞추며 문장마다 들어와 앉았다
눈이 내린 아침 담장 위에는
흰 고양이가 소복이 쌓여 있었다
빈 택배박스가 다시 무거워졌다
열어보니 삼색 고양이가 보자기처럼 묶여 있었다
검은 고양이를 편애한 밤은
제 눈동자 속에 아이들을 숨겨두었다
참을성 없는 울음만 튀어나오지 않으면
영영 들킬 일은 없어 보였다
꼭꼭 숨은 고양이를 찾다 찾다 못 찾으면
철컥, 아껴둔 참치 캔 하나를 땄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한꺼번에 달려들어
니야옹니야옹 보채는 고양이들
캔 하나를 순식간에 비우고 나서는
나의 비린 눈까지 깨끗하게 핥아주었다
—《리토피아》2017년 봄호
길상호 / 1973년 충남 논산 출생. 2001년 〈한국일보〉신춘문예 당선. 시집『눈의 심장을 받았네』『우리의 죄는 야옹』외, 사진에세이『한 사람을 건너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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