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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폭포/강우식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5. 4. 12:35



폭포

 

   강우식

 

 

 

폭포는 높은 단계의 수평에서

그 아래 낮은 단계의

수평으로 흐르기 위해 떨어지며

죽음의 찰나에도 온통 포말을 날려

환희의 기쁨으로 넘친다.

물처럼 몸을 바꾸며

어디든 적응 잘하는 게 없다지만

물처럼 한 번 길이 정해지면 길대로 가는

결단력을 보이는 것도 흔치 않으리.

폭포는 경천동지하도록 끝장내고자 하는,

끝장내고자 하는 산화의 몸짓.

그리하여 얻게 되는 희디흰 포말의 경구

죽고자 하면 살게 되고

살고자 하면 죽게 될 것이다.

햄릿의 죽느냐 사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보다

더 결단 있는 소리로 힘차게 살아서

높으면 높은 대로 낮으면 낮은 대로

깊고 얕음을 가리지 않고

굽이치고 휘돌아 유유히 흐르는

상선약수 율律의 맥을 보느니.

물은 스스로가 사즉생 생즉사하며

비류직하 삼천척의 몸짓으로

어떻게 살다 가야할지를 아는 것 같다.

 

 

              —《딩아돌하》2017년 봄호



강우식 / 1941년 강원 주문진 출생. 1966년 《현대문학》5월호에 서정주 시인의 추천 완료로 등단. 시집『사행시초 2』『마추픽추』『살아가는 슬픔, 벽』『어머니의 물감상자』마추픽추』『꽁치』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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