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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스크랩] 다시 읽어보는 현대시조의 고전 본문
다시 읽어보는 현대시조의 고전 양계향 정형의 멋과 가락에 취해 일찍부터 시조를 가까이 했기 때문에 나는 시조 읽기를 즐기고 있다. 초등학교 때 옛시조 100수를 외우고 중학교에 들어가서 교과서에 나오는 현대시조를 배우니 옛시조와는 또 다른 맛이 나를 이끌었다. 초정의 ‘봉선화, 가람의 ’난초, 노산의 ‘가고파’ 이호우의 ‘달밤’ 등 중고교 교과서에 나왔던 시조들을 만나면 아련한 추억 속으로 이끌어 주어 더욱 즐겨 읽게 되나 보다.
비오자 장독간에 봉선화 반만 벌어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 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로 보내자. 누님이 편지 보며 하마 울까 웃으실까 눈 앞에 삼삼이는 고향집을 그리시고 손톱에 꽃물들이던 그 날 생각하시리. 양지에 마주 앉아 실로 찬찬 매어주던 하얀 손 가락 가락이 연붉은 그 손톱을 지금은 꿈속에 본듯 힘줄만이 서누나. 김상옥(1920~2004)선생님은 호는 초정이며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독학으로 문학공부를 하였으며 1939년 <문장>지에 ‘봉선화’를 추천 받았고 194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낙엽’이 당선 되었다.교과서에 ‘봉선화’, ‘사향’, ‘백자부’ 등 많은 작품이 실렸고 시조집 <草笛>,<故園의 曲> <墨을 갈면서>등이 있다. 김상옥 선생님은 문화재 등을 소재로 하여 민족 고유의 예술미와 전통적 정서를 형성한 것들이 많은데 <다보탑> <십일면관음> <백자부> 등 작품이 있으며 그림, 글씨, 도자기 전각 등 여러 가지 잘 하시는 것이 많아 천재라 불리어진다. 내가 선생님을 처음 뵌 것 도 80년대 초 지방의 어느 화랑 개관기념 ‘김상옥 도자기 초대전‘을 열었을 때인데 시조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더니 관심을 갖고 말씀해 주셨다. 2004년 초정이 병석에 누웠을 때 수발을 들던 부인이 먼저 돌아가시자 식음을 전폐하고 4일 만에 돌라가신 순애보적인 사실도 신문에 났었다. 얼마 전 고향 통영에 ‘초정시비‘도 세우고 ’초정의 거리’도 조성했으며 ’초정문학상’도 제정해 시상하고 있다.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드랍고 자줏빛 굵은 대공 하이얀 꽃이 벌고 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달렸다. 본래 그 마음은 깨끗함을 즐겨하여 정한 모래 틈에 뿌리를 서려 두고 미진도 가까이 않고 우로 받아 사느니라.
시조와 고전에 대한 주석 및 연구 논문등을 발표하여 현대시조의 길잡이가 되었으며 지은 책으로는 <가람시조집> <국문학개설>이 있고 편저로 <한중록> <외유당 일기>등이 있다. 현대시조를 말할 때 제일 먼저 손꼽는 이가 가람이며 그의 작품이 교과서에 많이 실렸는데 <별> <가을> <급행차> <대성암> <젖>< 난초>등 아주 많다. 가람 서거 40주년이 되는 2008년에 익산에서 시조문학세미나를 갖게 되어 참가하였는데 가람생가에 가니 가람상과 시비, 묘소 등을 볼 수 있었다.
정녕 윤회있어 받아야 할 몸이라면 아예 목숨일랑 허공에 앗아지고 한오리 연기로 올라 구름이나 되려오. 무수한 해와 달을 품안에 안고보니 삼라만상을 발 아래 굽어 보고 유유히 산악을 넘는 구름이나 되려오. 저녁놀 비껴뜨면 꽃 구름이 되었다가 때로는 한 하늘 먹장으로 덮어도 보고 아침 해 솟는 빛 앞에 몸을 맡겨 타려오. 아득한 소망대로 이루어 지량이면 인간을 멀리하여 무량한 하늘가로 탓 없이 떠서 오가는 구름이나 되려오.
통영, 부산 마산 등지의 중고등학교 교사와 부산어린이 회관 관장과 부산여대, 중앙대학 강사를 하셨다. 29세에 딸 하나를 두고 남편과 사별하였는데 통영에서 같이 근무했던 청마 유치환 선생과의 오직 정신적인 사랑으로만 지속해 온 20여년 간의 연애와 5000 여통의 편지는 세계를 통틀어도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주고받은 편지는 뒤에 청마 사후 <사랑했으므로 행복하였네라>라는 서간집으로 묶어져서 나의 젊은 시절 가슴 저리며 읽은 기억이 난다. 몇 년 전 부산에 갔다가 동래 금강공원에 있는 '이영도 시비'를 찾아가 보았는데 공원 정문에서 100m 정도 올라간 전망 좋은 곳에 서있었다. 시비는 시멘트 인조석에 파도와 갈매기를 조각 하였는데 시조가 새겨진 자리는 대리석으로 되어있고 '석류' '단란' '모란'이 새겨져 있었다. 비문을 읽어보니 ‘정운 이영도 시인은 1916년 ...(중략) 민족정통의 고유시가인 시조의 시전(詩田)을 일구기도 하고 씨뿌리기도 한 분이 적지 않지만 진실로 여기에다 나무를 심고 짙푸르게 가꾸어 금빛 열매를 맺게 한 이는 드물다. 정운 시인은 애모와 회한으로 점철된 우리네 토착적 정서를 가장 절실하게 노래함으로써 민족 시전에 한 그루 청목을 세워 수많은 숙과(熟果)를 얻어내었고 스스로도 시단의 교목으로 우뚝섰다.(중략) 생시의 소망이 뜻대로 이루어져 바로 구름이 굽어 볼 여기 금정산 자락에다 빗돌을 세워 오래 추념코자 한다’ 비석 뒷면을 보니 1996년 3월 부산 문인협회에서 세웠는데 부산 문인협회 회장이며 부산일보 사장이신 김상훈 시인의 비문도 명문이었다. 음각으로 파여진 글자에 먼지와 거미줄이 많이 있어서 생전의 깔끔하던 그분의 모습을 떠올리며 이웃 가게에서 빗자루를 얻어 먼지를 털고 거미줄을 걷었다. 내 마음 속에는 60년대 처음 만나 뵐 때의 한복 차림의 단정하신 그 모습이 생생한데 이제 비석으로만 남아있다.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 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파라 가고파 어릴 제 같이 놀던 그 동무들 그리워라 어디간들 잊으리오 그 뛰놀던 고향 동무 오늘은 다 무얼 하는고 보고파라 보고파 그 물새 그 동무들 고향에 다 있는데 나는 왜 어이타가 떠나 살게 되었는고 온갖 것 다 뿌리치고 돌아갈까 돌아가 가서 한데 얼려 옛날같이 살고지고 내 마음 색동 옷 잎혀 웃고웃고 지내고저 그날 그 눈물 없던 때를 찾아가자 찾아가 (전 10연 중 1~4연 )
이은상(1903~1982)선생님은 경남 마산 출생으로 호는 노산이며 연희전문학교와 일본 와세다대 대학을 수학하셨다 아마 우리나라 시인의 시 중에서 노산의 작품이 가장 가곡으로 작곡이 많이 되어있고 국민들이 즐겨 부르고 있으니 그는 행복한 시인임에 틀림없다. ‘가고파’ ‘성불사의 밤’ ‘그 집 앞’ ‘옛 동산에 올라’ ‘사우’ '봄처녀'등 주옥같은 명곡이 얼마나 많은가? 해마다 마산에서는 ‘노산 가곡의 밤’을 개최하고 있는데 노산의 작품을 작곡한 노래들을 서울의 유명한 성악가들이 내려가서 무대에 서서 부르게 되는데 그 행사에 오신 선생님을 먼빛으로 보았다. 저서로는 <노산시조집> <노산문선> <노산시조선집> <기원>등이 있고 국민훈장 무궁화장, 예술원상등을 받았으며 ,한국시조시인협회장, 예술원 종신회원 등 많은 상을 받았고 현재 '노산문학상'이 제정되어 시상하고 있다.
골짝 바위 서리에 빨가장이 여문 딸기 까마귀 먹게두고 산이 좋아 사는것을 아이들 종종쳐 뛰며 숲을 헤쳐 덤비네. 삼동(三冬)을 견뎌넘고 삼춘(三春)을 숨어살아 뙤약볕 이 산 허리 외롬 품고 자란 딸기 알알이 부푼 정열이사 마냥 누려 지이다. 이태극(1913~2003)선생님은 호는 월하(月河)이며 강원도 화천 출생으로 일본 와세다대학을 수학했고 서울대 국문학과를 졸업하였다. 문학박사로 서울대, 이화여대, 건국대교수를 역임하였고 국문학회 대표이사, 한국시조시인협회장을 지냈다. 1955년에 ‘산딸기’를 한국일보에 발표하여 문단활동을 시작하였는데 그의 시조의 문학적 특성은 일상이나 자연,풍물에서 소재를 얻어 시조가 지닌 외형과 내용을 적절히 조화시킨데 있다. 저서로는 <시조개론>, <시조큰사전> 시조집으로 <노고지리>, <소리 소리 소리>, <날빛은 저기에>, <현대시조선집>등이 있고 ‘육당시조 학술상’과 ‘노산문학상’ ‘외솔상’등을 받았다. 이태극 선생님의 가장 큰 업적은 1960년에 '시조문학'을 창간 발행하기 시작하여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40여년 동안 현대 시조의 발전에 이바지 한 일이다. <시조문학>은 시조전문지로서는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계간지로 이렇게 꾸준히 발행되는 문학잡지도 드물 것이며 우리나라 문학사에 길이 남을 일이라 하겠다.
본인이 시조단의 자리할 수 있게 된 것도 <시조문학>에 이태극 선생님의 추천으로 등단하게 된 것이니 남다른 인연인데 그의 고향 화천 파로호에는 <산딸기>시비가 세워져 있고 강원도 화천에는 월하문학관이 세워져 있다.
낙동강 빈 나루에 달빛이 푸릅니다 무엔지 그리운 밤 지향없이 가고파서 흐르는 금빛 노을에 배를 맡겨 봅니다 낯 익은 풍경이되 달 아래 고쳐보니 돌아올 기약없는 먼 길이나 떠나온 듯 뒤지는 들과 산들이 돌아 돌아 뵙니다. 아득히 그림 속에 정화된 초가집들 할머니 조웅전에 잠 들던 그날 밤도 할버진 율 지으시고 달이 밝았더이다. 미움도 더러움도 아름다운 사랑으로 온 세상 쉬는 숨결 한 갈래로 맑습니다 차라리 외로울망정 이 밤 더디 새소서. 거슬러보면 중학교 때 학교 대표로 대구학생예술제 시조 부문에 참가하게 되어 시인이신 국어 선생님께서 읽어 보라고 빌려주셨던 책이 1955년 발간된 <이호우 시조집>이니 발간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책으로 내가 제일 처음 읽어보았던 시조집이 된다. 고등학교 때 두 번 만나 뵌 일이 있는데 시조집으로는 <이호우 시조집>, <휴화산> 과 오누이 시조집 <비가 오고 바람이 붑니다>가 있고 또 시조전집으로 <차라리 절망 을 배워>가 있다. 작년에 이호우 선생님의 출생지 경북 청도에서 ‘오누이 문학상’을 시상하는데 그곳에 가서 그분의 생가와 오누이 공원에 세워진 두분의 시비를 보았다. 이호우 선생님 시비는 ‘살구꽃 핀 마을'이 새겨져 있었다. 몇년 전 대구 앞산공원에 이호우 시비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찾아갔더니 약간 외진 곳에 있어서 한참을 오르내리다 겨우 찾았는데 그의 명시 '개화'가 새겨져 있었다.
백담에 고인 물이 물마다 거울일레 거울 속에 비친 얼굴 봉봉이 홍장일레 그 속에 흩어진 그림자 태고찾는 나그네 유구를 흘러흘러 돌과 바위 갈고 닦아 모양도 동글동글 빛조차 깨끗하구나! 인심을 닦아온지는 역사 아직 젊더냐 ?
작년 여름 강원도 인제에서 하는 ‘만해축전‘에 참가하였는데 이희승 선생님의 시조 ‘백담계곡’의 나오는 백담을 보려는 마음이 커서 가 보니 과연 계곡의 물은 거울 같이 맑았다.
행여나 다칠세라 너를 안고 줄 고르면 떨리는 열 손가락 마디마디 애인 사랑 손닿자 애절히 우는 서러운 내 가얏고여 둥기둥 줄이 울면 초가 삼간 달이 뜨고 흐느껴 목 메이면 꽃잎도 떨리는데 푸른 물 흐르는 정에 눈물 비친 흰 옷자락 통곡도 다 못하여 하늘은 멍들어도 피맺힌 열두 줄은 구비구비 애정인데 청산아 왜 말이 없이 학처럼만 여위느냐
정완영 선생님께서 등단하신 얼마 뒤 내가 초임으로 김천으로 발령을 받아 햇병아리 교사로 김천문학단체 모임에 참가하기도 하였고 경주의 신라문화제에 같이 가기도 하였는데 선생님께서 훗날 우리나라 시조단의 한 획을 그을 분일 줄은 전혀 몰랐다. 시조집으로 <백수시선> <채춘보> <실일의 명> 등이 있고 특히 1979년에 펴낸 우리나라 최초의 동시조집 <꽃가지를 흔들듯이>, <엄마목소리>등 동시조집도 여러권 펴 내셔서 우리나라 동시조 문학의 새 길을 개척하신 분이기도 하다. 교과서에 ‘조국’ ‘부자상’ ‘분이네 살구나무’ ‘바다앞에서’ 등이 실렸었고 현재에도 교과서에 몇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정완영 선생님은 몇 년 전 고향 김천으로 가서 지내시는데 금년에 시조집으로 <사암의 봄>과 <구름산> 동시조집 <사비약 사비약 사비약눈>등 세권의 책을 내셨으니 이런 국보적인 시인은 더욱 장수하셔서 우리 문학 발전에 도움을 주시면 하는 바람이다. (가나다 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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