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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우리 얼마나 젖을 수 있겠는가/조원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우리 얼마나 젖을 수 있겠는가/조원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5. 17. 08:03



우리 얼마나 젖을 수 있겠는가

 

   조 원

 

 

 

냉동실에 안치된 고등어처럼

우리에겐 단단한 지능이 필요했지.

패킹 사이로 빠져나올 수 없는 것들

 

살보다 뼈가 필요한 세계,

서서히 빗줄기를 냉각시켰네.

누군가를 포옹하려다 단호히 돌아선 사람처럼

직선들이 직립의 땅을 걷고 있었네.

 

우리 얼마나 젖을 수 잇겠는가.

 

눈물을 필요 이상으로 부풀리지 말 것,

입술 밖으로 과장된 하늘이 보여서

커피를 끓여 마시기로 했네.

각설탕 하나를 녹이려다

세워진 각을 그대로 두기로 했네.

 

눈물 머금은 채

진부하게 걸어가는 초침을

과연 시계라 부를 수 있을까,

그대 젖비린내 나는 심장으로

어설프게 스미려 하지 마시게.

 

바닥에서 추하게 젖어가는 것들,

아기의 동요가 자궁을 빠져나오지 못해

뱃가죽이 불룩한 노숙의 여자를 만났네.

 

빈 바구니 외면하며

구두들이 다각도로 흩어질 때

찔러서 피 맛을 보려고

문컹물컹한 것 쏟게 하려고

하늘에서 끝없이 바늘을 퍼부었네.

 

우리 얼마나 찔릴 수 있겠는가.

 


 

                     —《시와 반시》2017년 봄호




조원 / 1968년 경남 창녕에서 출생. 동의대학교 미대 서양학과 졸업. 2009년 〈부산일보〉신춘문예 시 당선. 현재 ‘잡어’ 동인. 시집『슬픈 레미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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