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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그릇/안도현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5. 17. 08:04



그릇

 

  안도현

 

 

 

1

사기그릇 같은데 백년은 족히 넘었을 거라는 그릇을 하나 얻었다

국을 퍼서 밥상에 올릴 수도 없어서

둘레에 가만 입술을 대보았다

 

나는 둘레를 얻었고

그릇은 나를 얻었다

 

2

그릇에는 자잘한 빗금들이 서로 내통하듯 뻗어 있었다

빗금 사이에는 때가 끼어 있었다

빗금의 때가 그릇의 내부를 껴안고 있었다

 

버릴 수 없는 내 허물이

나라는 그릇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동안 금이 가 있었는데 나는 멀쩡한 것처럼 행세했다

 

 

 

             —《시인동네》2017년 5월호




안도현 / 1961년 경북 예천 출생. 원광대 국문과와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모닥불』『그대에게 가고 싶다』『외롭고 높고 쓸쓸한』『그리운 여우』『바닷가 우체국』『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간절하게 참 철없이』『북항』등. 현재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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