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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눈의 슬픔/이승하 본문
눈의 슬픔
이승하
새끼 때부터 데려와 키운 고양이
쥐약 먹고 죽은 쥐를 잡아먹고
죽어가던 그 모습을 기억한다, 중학교 시절의 일
다 토하고 축 늘어져 서서히 감기던 눈
그 깊디깊은 눈의 슬픔을 기억한다
입가에 피를 잔뜩 묻힌 채
죽은 쥐를 물고 와서 내 발 앞에 내려놓곤 했다
고양이의 눈은 득의양양
그러지 말라고 고함치면 나를 빤히 쳐다보던
그 원망 가득한 눈을 기억한다
차병원에서 고고의 울음 터뜨리며 태어나서
집으로 데려온 자식새끼
집에 온 그날부터 밤에도 낮에도 울어
아내도 나도 꼬박꼬박 새우는 나날
죽어가던 자식의 맑디맑은 눈을 기억한다
화장실에서 꽈당 넘어져 다친 허리
요양병원에서 꼬박 십년을 누워 있다 돌아가신 장모님
한 삼십여 분 할 말도 없어 서로 쳐다보기만 하다
인사를 하고 일어서면 가지 말라는 말 대신
아내와 나를 쳐다보던 글썽글썽한 눈을 기억한다
눈빛이 반짝여도 눈물이 앞을 가려도
때 되면 영영 감게 되는 것이다
고양이는 땅에 묻었고
자식새끼와 장모님은 태웠다 재가 되었다
내 뇌리에는 슬픔 가득한 눈만 살아 있다
—《시와 사상》2017년 여름호
이승하 / 1960년 경북 의성 출생.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등단. 시집 『사랑의 탐구』『폭력과 광기의 나날』『박수를 찾아서』『생명에서 물건으로』『뼈아픈 별을 찾아서』『인간의 마을에 밤이 온다』『취하면 다 광대가 되는 법이지』『천상의 바람, 지상의 길』『감시와 처벌의 나날』. 평전『마지막 선비 최익현』『최초의 신부 김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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