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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북향화 너머/김명은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7. 6. 10:09



북향화 너머

 

   김명은

 

 

 

날씨가 나빠도 꽃 피는 건 당연해요

남향은 내 창가 북쪽은 오래된 방향

목련 꽃봉오리가 일제히 찬바람을 향해 있어요

 

나를 오롯이 벗어놓고 싶은 바닥을

발바닥을 조금만 더 내밀고

희읍스름한 바람 받은 돛폭은 누렇게 말라가요

 

한 사람과 한 사람은 바꿀 수 없어요

한 사람이 없으면 한 사람은 무엇이든 없는 거와 같고

한 사람이 어린 이마를 숙여요 미안해

사랑해 한 사람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아요

 

다른 길이 없다는 것은 돌아갈 수도 없다는 말

 

활짝 떨어진 꽃의 슬픔은 생일처럼 돌아오죠

생크림은 보드랍고 달콤하게 생생한 손가락들

참혹하거나 끝끝내 숭고하게

옷깃 여민 나는 한 사람을 가졌어요

 

 

          —《열린시학》2017년 여름호



 

김명은 / 전남 해남 출생. 2008년《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 『사이프러스의 긴 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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