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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허공으로의 도약/조창환 본문
허공으로의 도약
조창환
석양은 대리석으로 다듬은 비너스 상 같아서
매끄럽고 위엄 있는 정적에 싸여있다
노을과 대기와 파도가 모두 고즈넉해서
풍경은 수평구도의 정물화처럼 고전적이다
정지된 시간이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처럼
신비로운 졸음에 취해있을 때
침묵과 고요와 휴식이 가득한 물의 껍질을 찢고
느닷없이 웬 물고기 한 마리 허공으로 튀어오른다
온유 속에 감추었던 단검이 적장의 목줄기를 찌르는
허공으로의 도약, 물고기는
번뜩이는 허무를 향해 제 목숨을 내어던진다
저 힘, 수직의 환상으로 솟구쳐 오르는
적토마의 갈기털이다
저 힘의 꼭짓점, 허공에서의 정지는
아이스맨 외치*가 오천 년의 잠을 찢고
폭설과 추위와 굶주림과 고독의 빙원을 헤쳐
알프스의 푸른 하늘을 향해 외치는
휘황한 아우성이다
그러나 다음 순간, 곤두박질치는 도발의 춤
빛을 구부러트리는 휘파람소리의 파문과 함께
불꽃은 다시 얼음 속으로 가라앉는다
투신의 순간은 초신성 폭발 지나간 자국 같아서
눈부셨던 기억으로만 남아있고
여전히 석양은 대리석으로 다듬은 비너스 상처럼
매끄럽고 위엄 있는 정적에 싸여있다
—————
* 아이스맨 외치 : 5300년간 알프스산맥 얼음 속에 묻혀 있다 1991년 독일인 등반가에 의해 스위스의 외치에서 발견된 냉동 미이라.
—시집 『허공으로의 도약』(2017)
조창환 / 1945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국문학과 졸업한 후 같은 대학원 문학박사 학위. 197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빈집을 지키며』『라자로마을의 새벽』『그때도 그랬을 거다』『파랑눈썹』『피보다 붉은 오후』『수도원 가는 길』『마네킹과 천사』『벚나무 아래, 키스자국』『허공으로의 도약』및 시선집 『신의 날』『황금빛 재』등. 『한국현대시의 운율론적 연구』『한국시의 넓이와 깊이』『한국 현대시의 분석과 전망』등 학술논저, 여행에세이집『조창환교수의 여행의 인문학』등이 있음. 현재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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