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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오늘은 잘 모르겠어/심보선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7. 18. 09:41



오늘은 잘 모르겠어

 

   심보선

 

    

당신의 눈동자

내가 오래 바라보면 한 쌍의 신(神)이 됐었지

 

당신의 무릎

내가 그 아래 누우면 두 마리 새가 됐었지

 

지지난밤에는 사랑을 나눴고

지난밤에는 눈물을 흘렸던 것으로 볼 때

어제까지 나는 인간이 확실했었으나

 

오늘은 잘 모르겠어

 

눈꺼풀은 지긋이 닫히고

무릎은 가만히 펴졌지

 

거기까지는 알겠으나

 

새는 다시 날아오나

 

신은 언제 죽나

 

그나저나 당신은……




     —시집 『오늘은 잘 모르겠어』(문학과 지성사 2017)






심보선 /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컬럼비아대학교 사회학 박사. 199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풍경」이 당선되면서 등단. 시집으로 『슬픔이 없는 십오 초』『눈앞에 없는 사람』『오늘은 잘 모르겠어』, 산문집으로 『그을린 예술』이 있다. ‘21세기 전망’ 동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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