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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난청의 시절2/ 이운진 본문
난청의 시절 2
—장미와 나
이운진
장미 화분에서 꽃이 피는데
이건 몇 데시벨의 독백이라서 들리지 않는가
갓 핀 장미를 쓰다듬으려다
장미 가시를 가만히 만지는 사이
또 한 송이 장미가 피고
내 귀에는 꽃 피는 소리 들리지 않는다
장미에게 가시는 영혼의 문제일까 뿌리의 문제일까
내 마음에 세운 가시는 당신의 무심일까 나의 기억일까
하루 종일 장미 곁을 지키다
달 쪽으로 귀를 열고 잠이 들면
아득한 우주의 저녁
누구도 가보지 않은 어둠속에서
늙은 별이 폭발하는 소리
수천 년 전이나 수만 년 후에도
일어나지 않은 일처럼
내겐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장미는
오늘 펼친 꽃잎 한 장을 허공에 내려놓는데
나는 얼마나 더 멀어져가야
이 고요의 억양을 들을 수 있을 건가
—《열린시학》2017년 여름호
이운진/ 1971년 경남 거창 출생. 동덕여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 석사 졸업. 1995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모든 기억은 종이처럼 얇아졌다』『타로 카드를 그리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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