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빈사의 근황 · 최근/백인덕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빈사의 근황 · 최근/백인덕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7. 31. 10:35



빈사의 근황 · 최근


   백인덕  



 

훅, 던진 기침 한 자락

갈대 습지 공원에 번져 졸던 새 몇 마리

끝내 날아오르지 못하고

부르지도 않았는데

해 질 녘,

내 옆에서 까만 눈을 켠다.

 

어둠의 에너지로부터 빚을 만들고

빚살에 쏘여 생명이 빚어지고

그래,

햇살 아래 걷고 또 걸으며

나는 허망을 발명했다.

큰 입 개구리 왕버들에서

해마까지.

뇌가 아니라 그냥 해마까지

죽음은 창조의 신이 뒤집은 손등,

내 옆의 까만 눈들이 자기 역사를 말하는

이 통렬한 저녁을,

나는 고해성사 없이 몇 번이나 더 견뎌야 하는가?

 

시인하지 말걸,

불타는 돌을 어거지 목 안에 밀어 넣지 말고

가슴 근처 모닥불로 피워 올릴걸,

순례에 지친 당신, 당신이

잔 주둥이 슬쩍 닦아 건네는

그 오롯한 포도주 한 잔에 생을 걸걸,

훅, 던진 기침 한 자락이

반세기를 돌아 미간에 쏟아지는 저녁.

나는 또 길을 잃는다.

 

 

             —《포지션》2017년 여름호



백인덕 / 19ㅇㅇ년 서울 출생.  한양대 국문과 졸업, 한양대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199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시집 『끝을 찾아서』 『한밤의 못질』 『오래된 약』 『나는 내 삶을 사랑하는가』『단단(斷斷)함에 대하여』. 저서 『사이버 시대의 시적 현실과 상상력』.


'아름다운 시편들 > 명시.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과/ 이덕규  (0) 2017.08.04
카뮈에게/이명수  (0) 2017.08.01
난청의 시절2/ 이운진  (0) 2017.07.31
아름다움에 대하여/윤제림  (0) 2017.07.31
탁목(啄木) /손창기  (0) 2017.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