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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빈사의 근황 · 최근/백인덕 본문
빈사의 근황 · 최근
백인덕
훅, 던진 기침 한 자락
갈대 습지 공원에 번져 졸던 새 몇 마리
끝내 날아오르지 못하고
부르지도 않았는데
해 질 녘,
내 옆에서 까만 눈을 켠다.
어둠의 에너지로부터 빚을 만들고
빚살에 쏘여 생명이 빚어지고
그래,
햇살 아래 걷고 또 걸으며
나는 허망을 발명했다.
큰 입 개구리 왕버들에서
해마까지.
뇌가 아니라 그냥 해마까지
죽음은 창조의 신이 뒤집은 손등,
내 옆의 까만 눈들이 자기 역사를 말하는
이 통렬한 저녁을,
나는 고해성사 없이 몇 번이나 더 견뎌야 하는가?
시인하지 말걸,
불타는 돌을 어거지 목 안에 밀어 넣지 말고
가슴 근처 모닥불로 피워 올릴걸,
순례에 지친 당신, 당신이
잔 주둥이 슬쩍 닦아 건네는
그 오롯한 포도주 한 잔에 생을 걸걸,
훅, 던진 기침 한 자락이
반세기를 돌아 미간에 쏟아지는 저녁.
나는 또 길을 잃는다.
—《포지션》2017년 여름호
백인덕 / 19ㅇㅇ년 서울 출생. 한양대 국문과 졸업, 한양대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1991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끝을 찾아서』 『한밤의 못질』 『오래된 약』 『나는 내 삶을 사랑하는가』『단단(斷斷)함에 대하여』. 저서 『사이버 시대의 시적 현실과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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