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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꽃들의 제사/ 김승희 본문
꽃들의 제사
김승희
어떤 그리움이 저 달리아 같은 붉은 꽃물결을 피게 하는가
어떤 그리움이 혈관 속에 저 푸른 파도를 울게 하는가
어떤 그리움이 흘러가는 강물 위에 저 반짝이는 햇빛을 펄떡이게 하는가
어떤 그리움이 끊어진 손톱과 끊어진 손톱을 이어놓는가
어떤 그리움이 시카다(cicada)에게 17년 동안의 지하 생활을 허하는가
어떤 그리움이 시카다에게 한여름 대낮의 절명가를 허하는가
어떤 그리움이 저 비행운과 비행운을 맺어주나
지금 파란 하늘을 보는 이 심장은 뛰고 있다
불타는 심장은 꽃들의 제사다
이 심장에는 지금 유황의 온천수 같은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는데
—시집『도미는 도마 위에서』(난다, 2017. 6)
김승희 / 1952년 光州 출생. 1973년 〈경향신문〉신춘문예 시 당선. 1994년 〈동아일보〉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소설집 『산타페로 가는 사람』, 시집 『태양 미사』『왼손을 위한 협주곡』『미완성을 위한 연가』『달걀 속의 생』『어떻게 밖으로 나갈까』『냄비는 둥둥』『희망이 외롭다』등. 현재 서강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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