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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입술/ 김경후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9. 16. 10:12



입술

 

김경후

 

 

 

입술은 온몸의 피가 몰린 절벽일 뿐

백만 겹 주름진 절벽일 뿐

그러나 나의 입술은 지느러미

네게 가는 말들로 백만 겹 주름진 지느러미

네게 닿고 싶다고

네게만 닿고 싶다고 이야기하지

 

내가 나의 입술만을 사랑하는 동안

노을 끝자락

강바닥에 끌리는 소리

네가 아니라

네게 가는 나의 말들만 사랑하는 동안

 

네게 닿지 못한 말들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소리

검은 수의 갈아입는

노을의 검은 숨소리

 

피가 말이 될 수 없을 때

입술은 온몸의 피가 몰린 절벽일 뿐

백만 겹 주름진 절벽일 뿐



    —시집『오르간, 파이프, 선인장』(창비,2017)




김경후 / 1971년 서울 출생. 199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그날 말이 돌아오지 않는다』『열두 겹의 자정』『오르간, 파이프, 선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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