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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에 관한 변주곡/김경성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상처에 관한 변주곡/김경성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9. 13. 16:34



상처에 관한 변주곡

 

  김경성


 

물속에 발목을 담고 사는 새들의 전생은 물이었다

뼛속을 비우고 하늘로 뛰어드는 것은

제 몸에서 출렁거리는 깃털을 가다듬기 위한 것

 

퍼득거리는 물고기를 물고 솟아오르는 물총새가

바람으로 물비린내를 닦으며 날아갔다

 

물속에 사는 것들이 물 밖이 궁금할 때는

물의 창문을 열어놓고 출렁출렁 제 속의 소리를 멀리 보낸다

산 그림자까지 다 받아내며 때로는 제 안으로 뛰어드는 것들을 놓아주지 않는다

 

물의 풍경 흔들리지 않게 소금쟁이와 검은풀잠자리가 움켜쥐고 있는 물의 낯을 얇게 뜯어내면 수천 장의 풍경이 펼쳐진다

 

강 하구까지 오는 동안

출처가 지워진 물길이 강의 깊은 속까지 흘러들어 가서

우리도 모르는 상처가 섞이면서 흔들리는 것이다

 

찢기어진 물의 내장으로 스며드는 것 중에는

새들의 붉은 발과 부리가 일으키는 굴절의 소리도 있다

 

 

 

        —《불교문예》2017년 가을호



김경성 / 전북 고창 출생.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졸업.  2011년 《미네르바》로 등단. 시집『와온』『내가 붉었던 것처럼 당신도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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