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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하당에서/곽재구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10. 11. 09:10



하당에서

 

곽재구

 

 

 

유달산 들어가는

바닷가 신작로에

벚꽃 두 줄로 세워두고

슬픈 사람들 무슨 생각 하나

 

난영미용실 여자가

창에 얼굴을 대고

돼지코를 만드는 동안

한 아낙이 봇짐을 들고 걸어간다

 

유채나물 사려

유채나물 사려

유채 순을 살짝 데쳐 된장기에 버물려 먹으면

밤 꿈에 도깨비가 안 나타나지

밤 꿈에 도깨비가 안 나타나지

 

아낙이 노래처럼 부르는 소리를 따라가는데

노란 리본 유리에 붙인 승용차에서

한 사람이 내려 아낙에게 말한다

난 밤 꿈에 도깨비가 되고 싶으오

도깨비가 되어보고 싶은 아이가 있소

 

이때 나물 아낙 노랫말이

유채나물 사려

유채나물 사려

유채 순을 살짝 데쳐 된장기에 버물려 먹으면

밤 꿈에 착한 도깨비 되지

밤 꿈에 착한 도깨비 되지

 

 

 

                  —《시인수첩》2017년 가을호



곽재구 / 1954년 光州 출생. 1981년〈중앙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사평역에서』『한국의 연인들』『서울 세노야』『참 맑은 물살』『와온 바다』등. 동화책 『아기참새 찌꾸』. ‘오월시’ 동인이었으며 현재 순천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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