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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넉넉한 쓸쓸함/이병률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이 넉넉한 쓸쓸함/이병률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10. 25. 10:07



이 넉넉한 쓸쓸함

 

  이병률

 

 

우리가 살아 있는 세계는

우리가 살아가야 할 세계와 다를 테니

그때는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어 만나자

 

무심함을

단순함을

오래 바라보는 사람이 되어 만나자

 

저녁빛이 마음의 내벽

사방에 펼쳐지는 사이

가득 도착할 것을 기다리자

 

과연 우리는 점 하나로 온 것이 맞는지

그러면 산 것인지 버틴 것인지

그 의문마저 쓸쓸해 문득 멈추는 일이 많았으니

서로를 부둥켜안고 지내지 않으면 안 되게 살자 

 

닳고 해져서 더 이상 걸을 수 없다고

발이 발을 뒤틀어버리는 순간까지

우리는 그것으로 살자

 

밤새도록 몸에서 운이 다 빠져나가도록

자는 일에 육체를 잠시 맡겨두더라도

우리 매일 꽃이 필 때처럼 호된 아침을 맞자




       —시집『바다는 잘 있습니다』(2017. 9)




이병률 / 1967년 충북 제천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좋은 사람들」 「그날엔」 당선.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바람의 사생활』『찬란』『눈사람 여관』, 산문집 『끌림』『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내 옆에 있는 사람』 등.  현재 ‘시힘’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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