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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내 가문 손의 삽화(揷畵) /김도연 본문
내 가문 손의 삽화(揷畵)
김도연
내가 지금 저문 들녘을 바라보며 기껏 할 수 있는 일이란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리는 것
하물며 당신이라면, 하는 기대마저도 기다리는 일
그것이 나의 방심(放心)
당신의 배후에서 일렁이는 노을빛을 관찰하는 일조차도 기꺼워하며
나의 눈빛은 복숭아나무에 닿는다
복숭아나무의 최선은 도달할 수 없는 거리(距離)에 열매를 맺는 일
천도와 천도 사이에서 온 그 영롱한 빛을
내 가문 손으로 영접하는 일이란
당신이라는 머나먼 슬픔에 밑줄을 긋는 것
그것이 나의 방심(放心)
내 가문 손의 마지막 삽화 (揷畵)는
서산에 남아 있는 일말의 온기를 보듬는 일
그리고 아무 망설임 없이 혼자만의 시간 속으로 침잠하는 일
—《학산문학》2017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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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 1969년 충남 연기 출생. 2012년 격월간 《시사사》로 등단. 시집『엄마를 베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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